[스타에게 묻는다]
영화 '관능의 법칙'을 보고 난 뒤 심장이 꿈틀댔다. 여자 나이 마흔, 꽃이 시들기 시작할 때라 생각했던 내 생각에 금이 갔다. 여자는 언제나 여자고, 마흔은 여전히 아름다운 나이였다. 화면 속 엄정화도 여전히 아름다웠고, 게다가 싱싱했다. 도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는거야. 영화 '싱글즈' 때나 10년 뒤 '관능의 법칙'이나 엄정화는 엄정화였다. 20,30대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불리는 엄정화에게 '아름답게 나이드는 법'에 관하여 물었다. 그녀는 1시간 남짓 주어진 시간동안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답했다. 혼자 듣기 아까운 그녀의 현답(賢答)을 정리했다.
▶ 글쎄. 답을 굳이 찾는다면 꾸준히 활동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어떤 순간에는 '나이가 이렇게 들었는데, 어쩌지'라고 하다가도 '저 사람도 저렇게 사는데, 왜 나라고 못살까'라는 생각을 할 때 있지않나. 그러면서 긴장도 하고, 열정도 생기는 것 같더라. 딱히 롤모델을 두진 않았지만, 가수 활동 때는 무대 위의 마돈나를 보면 자극을 받았다.
'저 나이에도 저렇게 멋지게 활동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사회적으로 여성들이 인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자들이 더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은 맞다. '관능의 법칙'에서도 내가 연기하는 신혜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한 조력자를 자청한다. 하지만 그건 다르다. 사회적인 편견 때문이 아니라 신혜가 선택한 몫이다.
어떤 기자는 '40대 여성의 사랑은 희생인가'라고 물은 적도 있지만, 희생이라고 생각하면 괴롭지 않을까. 사랑은 줄 때 더 행복하고, 그것은 희생이 아니라 신혜 역시도 사랑하는 남자에게 해 줄 수있다는 것이 행복해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매력을 꼭 한 가지 기준으로 재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 다른 매력이 있기에 내가 사랑하는 남자일텐데, 그 남자의 경제적 능력만 보는 건 잘못됐다.
여자가 35살이 넘으면 상대적으로 연하의 남자를 만날 일도 많다. 연하의 남자가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집값이 비싸서 남자가 살 능력이 없다면 같이 사면 된다. 남자와 여자를 너무 고정관념처럼 역할을 분리할 때 사랑도 결혼도 어려워지는 거다.
물론 당장 틀을 깬다는 게 쉽진 않다. 40대가 됐다고 해도 잘 모르는 게 사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할 남자는 보이더라. 시니컬한 사람, 컴플렉스가 많은 사람은 문제더라. '관능의 법칙'에서 현승은 그런 면에서 나이가 어린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장점만 고루 갖춘 인물이다. 돈이 없으면 없이 데이트를 할 줄 알고, 나이가 어리다고 주눅들지 않는다. 그래서 15살 차이나는 신혜와 연애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사실 나이가 들수록 연애 못지않게 중요한 게 친구더라. 영화 속에서도 신혜가 마음을 털어놓고 웃고, 위로받을 수 있는 친구 미연, 해영이 있지않나. 영화 밖에서 엄정화는 그런 면에서 장점이 많다. 어딜가도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동안 내가 해 온 일, 내가 해 온 이름으로 사람들이 반겨준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다른 친구들은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을 다 껴안아 주고 싶다.
가끔 언니(최진실)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마음이 슬프다. 언니 일이 있고 난 뒤에 더 느꼈다. 혼자 괴로워하면 안되는구나. 주위에 친구가 꼭 있어야 하는구나. 인생 뭐 있나. 왜 혼자 끙끙 앓는가.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과 만나며 수다떨면 별 일도 별 것 아닌 일이 되지 않나. '송포유'도 그런 이유로 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딱 하나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무엇이냐면, 내가 어렸을 때는 내가 가진 장점에대해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너는 이런 게 장점이야. 너는 이게 참 예뻐. 넌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말이 없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까지 들었던 가장 좋은 칭찬은 '나중에 부잣집에 맏며느리 해라'라는 말이다. 그게 말이 되나. 나는 매번 '내가 이래도 될까. 난 예쁜 데가 하나도 없는데. 내가 뭘 잘못했나'라며 눈치보기 바빴다. 우리 세대의 어른들은 아이들 하나하나 안아주고, 사랑할 줄 몰랐다. 말, 칭찬이 주는 힘은 비타민 같은 거다. 그런 말을 많이 듣고 자란 사람은 다르지 않나. 자존감도 다르고, 삶의 질도, 자신을 대하는 부분도 다르더라.
'송포유'를 하면서 논란도 있었지만, 사람이 한 순간에 변하는 일이 쉽겠는가. 나는 믿는다. 내가 사랑을 주었던 아이들에게 그 경험이 인생에서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것을 믿는다. 그리고 아름답게 나이드는 법이란 게 따로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더 지나가기 전에 많이 사랑하고 안아줘라. 그게 답인 것 같다.
[선플은 선물입니다-엄정화 편]
-악플에 상처를 받는가?
▶당연히 그렇다. 쓸데없는 것은 보지말자고 생각하지만, 어쩌다 보게되면 상처를 받는다. 긍정적인 편이라 '사람들이 다 날 좋아해'라고 믿고 살려고 하는 편이다.
-다행이다. 악플 때문에 상처받은 스타들이 많다.
▶그럴 것 같다. 나도 보면 한동안 기분이 찜찜하고 움츠러든다. 아이돌이나 어린 애들은 그게 전부인 줄 알텐데. 걱정이다. 그럴 때는 그저 '다른 기사가 빨리 나와라'하고 빈다. '빨리 다른 기사가 나와서 덮어버려라'라고 말이다. 하하.
-선플을 달아주고 싶은 스타가 있다면.
▶'관능의 법칙'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재윤에게 하고 싶다. 흠. '재윤아, 이번 영화로 다음 작품까지 화이팅'이라고 쓰고 싶다. 너무 착한가? 또 한 명은 SBS '런닝맨'의 이광수다. 나 뿐 아니라 같이 있었던 문소리, 조민수도 모두 감동받았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 계속 챙겨주고, 특히 핫팩을 줬다. 처음에는 핫팩을 주는 것도 미션인가. 혹시 촬영 끝나고 내 마니또라고 하는건가. 의심도 했는데, 알고보니 추울까봐 챙겨준 것이다. 그날 핫팩을 3개나 받았었는데 너무 고맙더라.
초고속 인터넷 도입율 1위, 모바일 웹 사용률 1위….
첨단의 극한을 달리는 대한민국. 인터넷, 모바일 문화도 세계 1위일까요? 화려함의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습니다. 자살율 1~2위를 다투는 우울한 현실. 그 뒤에는 인터넷, 모바일을 점령한 근거 없는 악성 댓글(악플) 등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아픈 말 한마디가 있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간접 소통이 일상화된 현대사회. 더 늦기 전에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스포츠조선이 갑오년 새해를 맞아 선플달기운동에 나섭니다. 선플 확산의 중요성에 공감해주시는 연예인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선플을 달아주세요. 악플 없는 세상이 올 때까지, 선플 확산에 앞장서고픈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악플에 고통받고 있는 분들에게 '선플은 선물입니다' 인터뷰, 이제 여러분들이 나눠줄 차례입니다. 베스트 선플로 채택된 분께는 엄정화씨가 직접 준비한 소정의 선물을 증정합니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