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는 현실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울지 않았다.
'피겨여왕' 김연아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9.69점과 예술점수(PCS) 74.50점을 받아 144.19점을 기록했다. 김연아는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기록한 74.92점(TES 39.03점+PCS 35.89점)을 합쳐 총점 219.11점을 기록했다. 1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224.59점)에 5.48점 뒤진 은메달이었다. 올림픽 2연패의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했지만 금빛보다 더 값진 은빛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현지시각으로 밤을 보냈다. 김연아는 이날 오후 소치에 마련된 코리아 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일단 끝이 나서 너무나 홀가분하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실수없이 성공적으로 마쳐 홀가분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마지막 연기가 끝난 지 얼마되지 않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제 경기 끝나고 인터뷰도 있고 도핑도 있고 해서 늦게 갔다. 잠을 못잖다. 아직 완전히 다 끝났다는게 실감이 안난다."
은메달에 대한 아쉬움은 지웠다. 결국 홈텃세, 러시아 심판의 판정이 소트니코바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연아는 "전에도 편파 판정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그때마다 저보다 주변에서 더 열을 내더라"며 희미하게 웃은 후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 주목받는 많은 대회여서 더 그런 것 같다. 난 그것에 대한 아무 미련도 없다. 끝났다는 것에 만족한다. 잘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점수가 안나올거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좋은 점수는 기대 안했다. 분위기상 느꼈다. 기대를 너무 많이하면 실망도 크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점수가 예상한 만큼 안나오는 대회도 있었다. 경기 전에 많은 상상을 한다. 순위가 2등으로 떨어졌을 때 크게 놀라지 않았다. 오로지 금메달 따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무덤덤했다"고 덧붙였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