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중인 SK 김광현은 지난 2009년 이후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달 27일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첫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김광현이 1월에 불펜피칭을 시작한 것은 5년만에 처음이다. 그 정도로 비시즌 동안 몸관리를 잘했다는 의미다. 당연히 이만수 감독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실전피칭서도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플로리다 캠프 자체 홍백전에서 첫 실전피칭을 했다. 1이닝 2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직구 구속은 최고 145㎞를 찍었다. 이어 오키나와로 넘어온 뒤 20일 한화와의 연습경기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다른 팀 상대로는 첫 피칭이었던데다 특히 마무리 후보로도 여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발로 나섰다는 점 때문에 주위의 큰 관심이 모아졌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2이닝 동안 6타자를 맞아 볼넷 2개만 내주고 무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직구 13개, 커브 3개, 슬라이더 1개, 체인지업 3개 등 총 20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는 최고 149㎞까지 나왔다. 당장 시즌을 시작해도 무리가 없다는 반응들이다.
이날 김광현의 호투는 큰 의미가 있다. 김광현은 올시즌을 제대로 소화하면 풀타임 7시즌 경력을 갖춰 해외진출 자격이 주어진다. 구단의 동의를 얻어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할 수 있다. 김광현 자신도 그동안 해외진출에 대한 꿈을 꾸준히 키워왔다. 구단은 아직 김광현의 해외진출에 관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신임 구단주인 최창원 SK 케미칼 부회장은 올초 야구단 시무식에서 "작년 류현진 경기를 보러 갔었는데, 우리도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8~9년간 한국 프로야구 마운드를 주름잡았던 '빅3' 가운데 류현진(LA 다저스)과 윤석민(볼티모어 오리올스)이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루면서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김광현에게 쏠리게 됐다. 선수 자신의 목표 의식도 뚜렷하고, 구단도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결국 올시즌 성적이 김광현에게는 뜻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부상없이 풀타임을, 그것도 선발 보직을 받아들고 꾸준히 호투를 펼친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다.
그러나 아직 김광현의 보직은 결정되지 않았다. 불펜진 불안을 걱정하는 이 감독이 김광현을 '불펜 에이스' 후보로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웠다는 것은 일단은 선발 보직을 전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초와는 조금은 다른 방향이다. 그리고 김광현은 만족스러운 투구내용을 보여줬다. 이 감독은 경기후 "광현이는 첫 경기였는데 잘 던졌다. 지금의 컨디션을 잘 유지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처럼 잘 던지면 선발 에이스로 손색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SK 마운드 상황을 봐도 김광현이 선발로 중심을 잡아주면 훨씬 안정감이 넘친다. 김광현, 윤희상, 조조 레이예스, 로스 울프 등 4명의 확실한 선발자원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백인식 등 2~3명의 후보들 가운데 5선발을 뽑으면 되니 마운드 구상이 복잡해질 필요도 없다. 김광현이나 SK에게 일단 출발은 좋다. 오키나와(일본)=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