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의 길을 열어온 '지메시' 지소연(23·첼시 레이디스)에게 좋은 소식이 생길 것같다.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푸마가 후원을 제안했다. 축구선수에게 축구화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다.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도 절대적이다. 스포츠브랜드에게 해외파 축구스타 후원은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다.입소문 효과도 탁월하다. 90분 내내 그라운드에서 노출될 뿐만 아니라, 출입국 시 공항패션을 통해 미디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돼 대중의 눈에 익는다. 남자 축구스타들에게 용품 후원은 일반적이다. 지동원 기성용 이청용은 나이키를, 손흥민 구자철은 아디다스를 신는다. 박종우 이범영 등은 푸마의 후원을 받고 있다.
사실 지소연에게도 후원사가 있었었다. 지난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3위 직후, 여자축구 인기가 '반짝' 했을 때 잠시 후원사가 생겼었다. 그러나 여자축구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후원도 소리없이 끊겼다. 매경기 12km를 뛰는 지소연은 고베 아이낙에서 자비로 축구화를 사서 신었다. 반면 여자월드컵 우승, 런던올림픽 준우승으로 초호황을 누리는 일본 여자축구 대표 선수들에겐 축구화 후원이 당연했다.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다. 그때마다 지소연은 '더 열심히!' '언젠가는!'을 외쳤다.
'여자축구선수' 지소연은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여자배구의 김연경과 함께 '월드클래스' 스포츠스타다. '지메시'라는 별명대로다. 지소연의 가치를 바깥에서 먼저 알아봤다. 엠마 헤이스 첼시 레이디스 감독은 지소연을 향해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모든 것을 가진 선수"라고 극찬했다. 2011년 여자발롱도르 수상자인 '일본 축구영웅' 사와 호마레 역시 지소연을 '축구천재'라 칭했다. "발롱도르를 5연패한 마르타보다 지소연이 잘한다"고까지 평가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 15세의 나이로 출전했고, 2010년 여자월드컵에선 8골을 터뜨렸다. A매치 55경기에서 29골을 기록했다. 고베아이낙에서 3년간 리그 48경기에서 21골을 넣었다. 2012~2013년 2년 연속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됐으며, 2011~2013년까지 3년간 국제클럽선수권 MVP로 선정됐다.
지소연의 첼시 입단이 확정된 직후,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소연이 출국하던 28일, 인천공항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수십 명의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렸다. 지난 2010년 이후 4년만에 다시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에 "정말 좋다"던 지소연이 그만 눈물을 글썽였다. "기자분들이 너무 많이 오셔서 놀랐어요." 눈가가 촉촉해진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지소연은 푸마가 후원한 블랙 유니폼, 스니커즈, 하늘색 백팩을 맨 채 씩씩하게 인천공항 출국장을 나섰다. 235㎜, 발에 착 감기는 여자축구화를 후원해줄 기업이 나타났다. 국내에는 여자축구화 라인이 없는 탓에 '푸마 글로벌 라인'을 통해 잉글랜드로 지소연 맞춤 축구화를 공수할 예정이다. 일단 여러 켤레의 축구화를 피팅해본 후, 지소연과 잘 맞을 경우, 후원이 확정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