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지수는 오글거리는 표현으로 '혜성과 같이 나타났다'는 말이 잘 어울린다. 영화 데뷔작부터 청룡영화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신인으로서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가 흔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지수는 충무로에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그 역시 첫 작품으로 '마이 라띠마'를 선택한 것은 행운이었다.
지난 해 후반기에 박지수는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사실 청룡보다 앞선 다른 시상식에서 노미네이트를 살짝 기대했었거든요. 그런데 노미네이트도 안되는 걸 보고선 깔끔하게 포기했었어요.(웃음)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죠. 저를 기억못하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 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의 신인여우상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단다. "정말 놀랐어요. 수상이야 처음부터 생각도 안했지만 노미네이트 됐다는 말에 수상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죠. 유지태 감독님도 노미네이트 소식을 듣고 바로 문자로 '축하해'라고 보내주셨더라고요."
시상식 당일은 정신 없는 하루였다. "그런 경험이 처음이잖아요. 정말 예쁜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도 서고…. 그 곳에 서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웠죠. 그런데 수상자로 제가 불리는 거예요. 그 다움부터는 정말 기억도 잘 안나요.(웃음)예상을 못해서 더 감정이 복받혔나봐요. 여운도 길게 남고요. 촬영을 하고 2년 동안 느꼈던 굴곡이나 고생 같은 것들이 마구 생각나서 흥에 취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박지수는 소감으로 "대한민국에 힘이 되는 여배우가 되겠습니다"라는 임팩트 있는 말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뭔가 의미있는 말을 하고 싶은데 갑자기 생각난 말이 그거였어요. 유지태 감독님도 본인 일처럼 기뻐해주셨죠. 1부 끝나고 바로 전화를 주셨더라고요."
다음날 지면에 나온 심사표를 보고 또 한번 놀랐단다. "심사위원 분들이 저에게 많이 투표해주셨더라고요.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돌아오는구나'라는 생각이었죠. 그러고 보니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마이 라띠마'를 보고 공감해주시는 분들도 정말 많고요. 수상을 하고 대학을 붙었을 때보다 더 많은 전화를 받았어요."
수상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도 부모님과 유지태 감독이었다. "아버지는 제가 처음 연기를 하겠다고 말씀 드렸을 때 '배우를 계속 할 것이라면 편하고 예쁜 것 말고 힘든 역할을 하는게 낫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무슨 의미인지 처음 들었을 때 알았죠. 유지태 감독님은 촬영을 할 때 '연기를 하려고 하지 말고 대화를 하려고 하라'고 말씀해주셨죠. 상대방의 대사를 듣고 생각하고 제 대사를 하니 조금 쉬워지더라고요. 신인이라는 스킬이 부족할 수 있는데 그런 점을 다 신경써주신거죠. 유지태 감독님이 고생이 많으셨어요. 감독님은 '이제 신인 배우와는 안하겠다'고 하실 정도였다니까요.(웃음)"
그리고 2014년 새해가 밝았다. "소감으로 말한 것을 꼭 지키고 싶어요. 배우로서 무조건 성공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힘이 되는 여배우가 되는 것이요. 연기를 통해서 한국의 위상에 도움이 되고 사회적으로도 공헌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게 꿈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더 노력을 해야겠죠."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박지수는 이미 올해에도 많은 작품에서 제안을 받았고 심사숙고하며 차기작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박지수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가 된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