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트문트는 선덜랜드가 놓친 지동원의 재능을 봤다.'
미국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이하 SI)는 29일자 칼럼을 통해 독일 분데스리가 18라운드 도르트문트-아우크스부르크전(2대2 무)에서 교체출전 2분만에 벼락같은 부활포를 쏘아올린 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지동원의 이적을 '1월 이적시장에서 가장 심상찮은 움직임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3년간 벤치를 지킨 한 선수가 분데스리가 중위권 팀인 아우크스부르크에 6개월 임대로 가는 것은 그럴 듯했다. 그러나 6개월 임대가 끝나자마자 지난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 도르트문트로 완전 이적한다는 소식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고 썼다.
지동원이 지난 시즌에 이어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약을 이어가는 이유 중 하나로 '포지션 변화'를 꼽았다. '지난시즌 아우크스부르크게서 17경기 5골을 기록한 지동원은 센터포워드로 나서지 않았다. 그는 사샤 묄더스 뒤에서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뛰었다. 마르쿠스 바인지를 감독은 기존의 4-2-3-1 포메이션을 지동원에게 맞춰 4-1-4-1로 바꾸고 지동원을 측면에 내세웠다'고 썼다. 활동량이 많고 부지런한 지동원의 플레이 특성상 타깃형 원톱보다는 찬스를 만들어내는 섀도 스트라이커나 측면 공격수의 역할로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선덜랜드 팬 사이트 '로커리포트'의 필자 마이클 그레이엄의 의견도 인용했다. 그레이엄은 '지(Ji)'가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잉글랜드 축구가 가진 모든 문제점의 축소판'이라고 주장했다. '지동원이 다시 선덜랜드에 돌아왔을 때 어느 누구도 단한번이라도 그에게 센터포워드 외에 다른 자리를 제안하거나, 고려하지 않았다. 지동원이 선덜랜드에서 어떻게 쓰여지고 판단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동원은 선덜랜드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선덜랜드가 지동원을 활용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렇게 재능있는 선수를 팀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썼다.
SI는 '지동원은 3년간 4명의 감독(스티브 브루스, 마틴 오닐, 파올로 디카니오, 거스 포옛)을 거치는 풍파를 겪었고, 감독들은 테크닉, 전술 인지도, 골결정력, 적응력 모든 면에서 지동원의 진가를 간과했다'고 평가했다. 선덜랜드의 감독들이 놓친 23세 스트라이커의 재능을 도르트문트가 알아봤다는 뜻이다. '다음 시즌 위르겐 클롭 도르트문트 감독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지(Ji)에게 마르코 로이스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I의 마지막 문장은 의미심장했다. '지동원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이어가고, 다음 시즌 도르트문트에서 성공할 경우, 엘리스 쇼트 선덜랜드 구단주는 자신이 임명한 3명의 감독들이 뭔가 잘못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품게 될 것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