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신화' 재연에 도전하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25일 최종 전지훈련지인 네덜란드 헤렌벤으로 떠났다.
헤렌벤은 '약속의 땅'이다. '한국 빙속의 에이스' 이상화(25·서울시청) 모태범(25) 이승훈(26·이상 대한항공)에게 기분 좋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이상화는 지난해 3월 헤렌벤에서 열린 월드컵 파이널을 치른 뒤 같은 달 21∼24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헤렌벤에서 여자 500m 1차 레이스 3위, 2차 레이스 1위에 오른 이상화는 한국 여자 선수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시리즈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기분 좋게 소치로 떠난 이상화는 종별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압도적인 레이스로 여자 500m 2연패를 달성했다.
모태범에게 헤렌벤은 더욱 특별하다. 모태범은 2009년 11월 헤렌벤에서 열린 월드컵 10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까지 무명이었던 모태범이 월드컵에서 따낸 첫 메달이었다. 모태범은 헤렌벤에서의 메달을 기폭 삼아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을 따냈다. 모태범은 2012년에도 헤렌벤에서 열린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500m 우승을 차지하며 개인 첫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획득했다. 헤렌벤에서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선 모태범은 2013년 소치에서 열린 같은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올라 한국 남자 선수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했다.
이승훈은 장거리 스피드 스케이터로의 가능성을 헤렌벤에서 확인했다. 이승훈은 2009년 11월 월드컵에서 디비전A(1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이승훈은 6분25초03을 기록하며, 기존 한국기록(6분28초49)를 4년 만에 무려 3분46초나 앞당기며 8위에 올랐다. 불모지였던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깜짝 스타로 등장한 이승훈은 월드컵 시리즈에서 계속 신기록 행진을 벌인 끝에 밴쿠버올림픽에서 5000m 은메달, 1만m 금메달을 따내는 기적을 이뤘다.
'빙속 삼총사'는 이번에도 헤렌벤에서 기량을 다듬은 뒤 소치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시나리오를 노리고 있다. 이상화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헤렌벤에서 훈련하다가 소치로 이동했다"며 "좋은 기억을 안고 소치로 가면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태범도 "헤렌벤은 기억이 좋은 스케이트장"이라며 "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웃었다.
기분 좋은 추억 외에도 헤렌벤은 최상의 훈련지로 꼽힌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서도 특히 많은 국제대회를 치른 곳이라 시설 등 훈련 환경이 좋고, 미리 시차에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후와 고도 등이 소치와 비슷해서 미리 주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대표팀은 헤렌벤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기보다는 휴식을 통해 컨디션을 재정비하고 초반 스피드 등 세부적인 기술 등을 다듬을 계획이다. 마무리 훈련 후 이상화 모태범 등 단거리 선수들은 2월 4일 소치에 도착하고, 장거리 선수들은 이틀 앞선 2월 2일 소치로 향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