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두산 주전 포수 양의지에게는 악몽같은 한 달이었다. 5월8일 SK전에서 12대13 패배. 최다 점수차 역전패였다. 12일 NC전에서 5대17로 패했다. NC 창단 최다 점수를 내줬다. 18일 한화에게 2대14로 패했다. 그리고 21일 넥세넌에서도 7대15로 졌다.
두산의 선발과 중간계투, 그리고 마무리가 모두 붕괴된 상황. 포수 마스크를 쓴 양의지는 곤혹, 그 자체였다.
이 상황을 보고 현재 SK 2군 사령탑이 된 박경완 감독은 애정어린 충고를 건넸다. "양의지는 정말 힘들 것이다. 그동안 갖고 있던 자신의 볼배합 등 포수로서 믿음이 무너질 수 있다.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즌 초반 그의 방망이는 대단했다. 3할이 넘는 타격에 홈런 생산율도 높았다. 하지만 5월을 기점으로 타격 밸런스마저 무너졌다. 부상까지 겹쳤다.
결국 포스트 시즌에서 최재훈에게 주전 마스크를 내줬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리그 최고의 포수 중 하나다. 투수 리드와 장타력을 겸비한 희귀한 포수 자원이다.
올해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최재훈은 어깨부상이다. 박세혁은 군에 입대했다. 결국 양의지가 올해 안방을 책임져야 한다.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지난해 기나긴 슬럼프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때문에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그는 담금질에 담금질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허리가 좋지 않았다. 양의지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허리근육의 강화를 위해서다"라고 했다.
그는 살이 많이 빠졌다. 지난 겨울 꾸준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6㎏ 정도 감량했다. 체지방도 5% 정도 빠졌다. 꾸준히 체중조절을 할 계획이다. 근데 얼굴 살은 잘 안 빠진다"고 했다. 농담까지 할 만큼 자신감 있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해 부진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내가 부족했다. 하지만 내 야구인생에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느끼는 부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끝까지 부상없이 시즌을 치러야 한다. 책임감을 가진 포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