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의 겨울이 심상치 않다.
지난시즌 그룹A 진입에 실패했던 제주는 겨울이적시장 동안 '알짜'들을 대거 영입하며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던 '황볼트' 황일수 영입을 시작으로, '미완의 대기' 김 현과 '멀티플레이어' 허범산, 재능있는 측면수비수 김수범 등을 데려왔다. 외국인선수는 전원 교체했다. 전북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드로언니' 드로겟과 울산 철퇴축구의 중심이었던 에스티벤을 영입했다. 수원FC의 수비를 이끌었던 알렉스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 최전방 공격수 스토키치까지 더했다. 공격, 허리, 수비까지 전 포지션을 보강했다. 박경훈 제주 감독도 이번 영입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당초 제주는 소극적인 겨울을 보낼 것으로 전망됐다. 모기업의 예산 삭감이 예정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도 2명만 쓸 것이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이적료가 비싼 국내선수들 영입은 꿈도 꾸지 못했다. 다음시즌 부활을 위해 일찌감치 영입할 선수들을 점찍어 놓은 박 감독의 머리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폭풍 영입에 성공했다. 얼어붙은 K-리그 이적시장을 감안하면 꽤 적극적인 투자였다. 장석수 신임 대표이사의 통 큰 결단 때문이었다.
제주 프런트는 지난시즌을 결산한 자료를 장 사장에게 제출했다. 전반기 평균 8000명이 넘었던 관중수가 그룹B 추락 후 2000명 대로 추락했다는 내용도 리포트에 포함됐다. 자료 분석 결과 장 사장은 가장 좋은 마케팅은 성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과감한 투자를 지시했다. 박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한정된 예산을 감안해 선수 트레이드를 최대한 활용했다. 황일수, 김 현, 허범산, 김수범 영입을 위해 허재원(대구), 이상협(전북), 윤원일(대전), 안종훈(광주)을 내줬다. 외국인 선수 영입도 박 감독이 오랫동안 공을 들이며 이적료를 최대한 낮췄다.
장 사장은 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1985년 주식회사 유공(현 SK에너지)에 입사해 감사부, 그룹경영기획실, 미국현지법인, 사장실 업무를 수행한 뒤 2008년 임원으로 승진해 SK에너지 소매마케팅 사업부장을 맡았다. 이번 폭풍영입도 마케팅의 일환이다. 파티 컨셉트 등으로 재미를 봤던 제주의 독특한 마케팅도 장 사장의 관심 속에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장 사장은 "승리만을 우선시하는 프로축구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것과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아름다운 축구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다음시즌 K-리그 클래식 성적 향상과 팬들이 함께 즐기는 축구를 하도록 하겠다"며 "제주 구단의 지역 밀착형 마케팅과 팬 서비스 등 다양한 마케팅을 병행해 진정한 지역 밀착형 프로구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