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남반구에 위치해 있다. 한국과 달리 6~7월이 겨울이다. 워낙 땅덩이가 큰 나라라 지역별로 편차가 있지만, 겨울이라고 해도 그렇게 춥지 않다. 눈 구경은 하늘의 별따기다. 평생가도 눈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강원FC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 조엘손은 한국에 오자마자 진귀한 경험을 했다.
21일 강릉에 때 아닌 기습폭설이 덮쳤다.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 40cm 가량의 폭설이 내렸다. 급작스레 강원 선수단은 오후 훈련을 실내 훈련으로 변경해야만했다. 강릉에서 나고 자라 폭설에 익숙했던 주장 김오규도 "지금 눈이 내리는 기세를 봐서는 쉽사리 멈출 것 같지 않다. 오늘 밤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폭설로 인해 필드훈련이 '올스톱' 될까봐 걱정했다. 이적생 홍상준과 황교충의 반응도 비슷했다. 특히 지난 12월 결혼한 황교충은 새신랑답게 '칼퇴'를 위해 가장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차량구출작전에 나섰다. 오렌지하우스 주차장에 갇힌 차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삽질'을 하던 두 골키퍼는 "소문으로만 듣던 강릉 폭설을 이렇게 경험해보니 정말 대단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스러운 분위기 속에 유난히 즐거워한 선수가 있었다. 조엘손이 주인공이다. 조엘손은 강원 클럽하우스인 오렌지하우스를 처음 방문했던 지난 12일 숙소 근처에 쌓여있던 눈을 바라보며 "태어나서 처음 보는 눈"이라며 눈을 반짝였던 바 있다. 이번에는 직접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목격한 것이다. 당연히 신날 수밖에 없었다. 오전훈련을 마치고 눈을 맞으며 사진을 찍던 조엘손은 점심식사 후 훈련장으로 나와 선수들과 '인증샷'을 남겼다.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오후훈련 종료 후에도 달려나와 쌓인 눈 위에서 온 몸을 던지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조엘손의 행복 바이러스는 삽시간에 선수단에 펴졌다. 눈 내리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조엘손을 보며 걱정하던 선수들에 미소가 번졌다. 골키퍼 3총사는 "오늘은 훈련 대신 러브스토리를 찍고 싶다"던 이충호 GK코치를 눈밭에 던지는 장난으로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본 알툴 감독은 "나는 우리 선수들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기를 바란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배울 점을 깨닫고 웃으면서 그 순간을 이겨냈으면 좋겠다. 리그는 길고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모른다. 나쁜 일도 발생하겠지만 좋은 일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낙천주의자'가 되어 2014시즌을 우리 생애 최고의 시즌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