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최첨단 의학을 발판으로 제2의 축구인생을 찾는다.
히딩크 감독의 오른쪽 무릎 관절염 수술을 집도한 A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44·서울제이에스병원 대표원장)는 22일 브리핑에서 "히딩크 감독이 이번 수술을 통해 일상 생활 뿐만 아니라 스포츠 활동까지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수술로 히딩크 감독은 재활이 마무리되는 3개월 뒤 완벽히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히딩크 감독의 무릎 수술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내 줄기세포 기술이 적용됐다. 흔히 연골 손상 시 발생하는 인공관절 삽입 대신 탯줄 속 혈액(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원료로 하는 치료제인 카티스템이 활용됐다. 줄기세포 활용 수술은 의료 선진국으로 불리우는 유럽-북미보다 한국이 한발 앞서 활용하고 있는 신기술이다. 최근 해외에 알려져 '의료한류'를 견인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10여년 간 오른쪽 무릎에 고질병을 앓고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던 지난 2001년 3월 네덜란드에서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치료 뒤에도 과로와 체중증가 등 악재가 겹치면서 무릎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오른쪽 다리를 저는 것 뿐만 아니라 무릎을 완전히 굽힐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네덜란드 및 유럽 현지 지인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으나, 수술 후 스포츠활동이 제한되는 인공관절 삽입 뿐이라는 답을 얻는데 그쳤다. 인공관절은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스포츠 활동 등 과도한 움직임 시 손상위험이 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8월 국내 지인을 통해 송 박사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히딩크 감독은 "수술 후 지도생활 뿐만 아니라 취미인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 관전 차 방한해 송 박사를 다시 만나 다양한 치료법에 대해 논의했고, 카티스템을 활용한 수술을 택하기에 이르렀다. 수술 흔적이 크지 않고 줄기세포로 기존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으며 스포츠활동에 지장이 없다는 점에 엄지를 세웠다. 네덜란드로 건너가 현지서 구한 자문에서도 송 박사가 내놓은 카티스템 수술의 손을 들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5일 재차 방한, 서울제이에스병원에 입원해 7일 수술대에 올랐다. 송 박사는 "진단 결과 오른쪽 무릎을 펴는 것 뿐만 아니라 손상된 연골의 복원, 한쪽 다리에 힘이 쏠리며 벌어진 근력의 차이 등이 드러났다"며 "복합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수술 뒤 재활에는 A대표팀에서 활용되는 각종 치료-재활 장비가 동원됐다. 히딩크 감독은 출국 당일인 21일 오른쪽 무릎을 굽힐 수 있게 되면서 효과는 입증됐다. 재활에 소요되는 3개월 간은 휠체어가 히딩크 감독의 다리 역할을 한다.
히딩크 감독의 재활 과정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전담 트레이너로 잘 알려진 아노 필립스가 돕는다. 송 박사는 원격으로 히딩크 감독의 재활 상황을 체크한다. 히딩크 감독은 재활을 마치면 최종진단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송 박사는 "이번 수술로 우리 의료 기술이 유럽-북미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히딩크 감독이 '3개월 뒤에는 똑바로 걸어서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오겠다. 지켜보라'고 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