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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LG의 숙제, 외인 공존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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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LG, 마지막 숙제는 외국인 선수 길들이기?

LG는 2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69대67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모비스-SK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오르며 4라운드를 마쳤다. 이 뿐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과 상대팀 감독들이 이구동성으로 "LG가 선두권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시즌 전, 멤버 구성은 좋지만 조직력 등에 의구심이 품어져 우승후보 보다는 다크호스로 꼽혔던 LG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모비스전을 통해 새로운 숙제를 받아들었다. 남은 5, 6라운드와 플레이오프에서 극강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꼭 풀어야하는 자물쇠다. 외국인 선수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다.

시즌 초반과 최근, 극단적인 상황이다. 시즌 초반에는 화려한 경력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데이본 제퍼슨이 의외의 부진으로 벤치를 지켰다. 그 사이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크리스 메시가 팀의 구세주로 등장했다. 3라운드까지 메시의 출전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항간에는 출전시간에 불만을 품은 제퍼슨이 태업을 한다는 얘기까지 들렸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3라운드 맞대결에서 제퍼슨의 움직임에는 의욕이 없어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다 전세가 역전됐다. 제퍼슨이 야금야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4라운드 들어서는 완전히 LG 농구를 자신 중심으로 바꿔놨다. 매 경기 좋은 활약을 해주니 김 진 감독으로서는 쉽게 제퍼슨 카드를 빼기 힘들었다. 그러자 이번엔 메시의 입이 쭉 나왔다. 모비스전에서도 잠깐 경기에 출전했는데, 시즌 초반만큼의 의욕이 없어보였고 무기력했다. 곧바로 교체였다. 활발하던 메시는 벤치에서도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다.

확실히 출전 시간에 대한 서로의 경쟁심리가 있는 듯 했다. 모비스전을 마치고 만난 제퍼슨은 최근 활약의 비결을 묻자 특별한 비결은 없다는 듯이 "그 전에는 경기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내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이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어 "메시가 뛸 때 계속 이겼으니 감독님이 그렇게 선택을 하는 것 같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뛰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선수가 몰아서 경기를 뛰면 체력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서도 "유럽리그에서는 보통 38분씩을 뛰었다"며 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체력 문제로 빠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전 시간에 대한 욕심을 확실히 드러냈다. 외국인 선수들은 다른 리그로 이적할 때 전 리그에서의 출전 시간이 절대적인 가치 평가 기준이다.

보통 프로농구단에서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 1라운드와 2라운드를 고려해 선택하는게 일반적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많은 주목을 받는 1라운드 선수들에 비해 2라운드 선발 선수들은 커리어가 조금 낮은 선수로 선택해 자신이 두 번째 옵션임을 스스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팀 밸런스가 맞는다. 레벨과 기량이 비슷한 두 스타 선수가 한 팀에 있으면 서로 경쟁을 하느라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사례도 있다. 농구계 한 관계자는 "로드 벤슨과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데리고 있는 유재학 감독이 행복하게 보이겠지만, 정말 골치가 아플 것"이라고 했다.

LG의 경우, 메시가 스타급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하지만 팀에서 메시를 시즌 초반 스타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와 벤치에 앉혀두니 선수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LG가 우승을 하려면 출전 시간이 길지 않아도 백업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 메시의 기를 살려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