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러플? 어려운 일이지만, 도전해보겠다."
클럽축구 최고의 영예는 트레블이다. 트레블은 유럽챔피언스리그, 리그, FA컵 3관왕을 뜻한다. 지금까지 셀틱, 아약스, PSV에인트호벤, 맨유, 바르셀로나, 인터밀란, 지난시즌의 바이에른 뮌헨까지 단 7개의 클럽에게만 허락됐다. 트레블은 강력한 전력 구축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두터운 선수층을 갖춰야 하고, 운까지 따라야 한다. 현대축구로 넘어오며 트레블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됐다.
'부자구단' 맨시티가 트레블을 한단계 뛰어넘는,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맨시티는 빅리그에서 유례없는 쿼드러플(4관왕)을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 1966~1967시즌 리그, 유러피언컵(현 유럽챔피언스리그), 스코티시 FA컵, 스코티시 리그컵, 글래스고컵을 들어올리며 5관왕을 달성한 셀틱만이 이룬 대업이다. 맨시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위(승점 50·16승2무4패)를 달리고 있고,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와 16강전을 앞두고 있다. FA컵에서 32강에 진출했으며, 캐피털 원 컵(리그컵)은 1차전에서 웨스트햄에 6대0 완승을 거두며 결승행을 눈앞에 뒀다.
영국 언론은 1998~1999시즌 트레블을 달성했던 '이웃' 맨유의 아성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맨시티는 올시즌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존심 강한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도 "맨시티는 다른 팀들과 차원이 다른 축구를 한다. 그들은 두터운 스쿼드를 자랑할뿐 아니라 대다수 선수들이 전성기를 의미하는 25~29세로 이루어졌다. 크고 강한 선수와 작고 재능있는 선수들의 조화도 잘 이루어져있다. 무엇보다 맨시티에는 4명의 탑 클래스 공격수들이 뛰고 있다"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 역시 "(빅리그에서)아직 한 팀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의미한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고, 부상 등의 변수가 산재하지만 강한 정신력을 유지하여 도전해야 할 것"이라고 쿼드러플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맨시티의 힘은 역시 강력한 공격력이다. 수비축구를 강조한 로베르토 만시니 감독 대신 공격전술 구축에 일가견이 있는 페예그리니 감독을 데려온 맨시티는 화끈한 공격축구로 변신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맨시티는 올시즌 EPL에서 22경기 63골을 넣었다. 팀 최다득점 2위 리버풀(53골)과는 무려 10골 차이가 난다. 각종 대회를 포함하면 더 대단하다. 34경기에서 103골을 넣었다. 경기당 3.02골이다. 맨시티는 34경기만에 100골을 넣으며 EPL 한시즌 최소경기 100골 기록을 세웠다. 홈 기록을 보면 아예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17경기에서 16승1패다. 17경기에서 무려 68골을 퍼부었다. 경기마다 4골을 터뜨리며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홈깡패'라는 호칭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득점원도 다양하다. '주포' 세르히오 아게로는 모든 대회에서 21골을 기록 중이다. 아게로의 공격파트너 알바로 네그레도는 18골, 에딘 제코는 14골을 넣었다. 올시즌 득점본능을 과시 중인 야야 투레도 14골을 터뜨렸다. 여기에 다비드 실바, 사미르 나스리, 헤수스 나바스, 제임스 밀너 등 패싱능력과 창의력을 갖춘 특급 도우미도 즐비하다. 승리가 확정되도 끊이질 않는 공격본능을 과시 중이다. 6대0 경기를 심심치 않게 만들어내며 유명 미국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를 빗댄 '식스 앤드 더 시티'라는 별명도 생겼다.
맨시티의 쿼드러플 달성을 위한 최대 고비는 역시 바르셀로나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전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최고 빅매치로 꼽히는 이 경기는 미리보는 결승전이라 불릴만큼 예측이 쉽지 않다. 두 팀 모두 공격축구를 펼치는 팀이라 얼마만큼 상대 공격진을 잘 틀어막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페예그리니 감독은 "다가오는 매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리그는 5~6개팀간에 승점 1~2점 차이로 우승팀이 가려질 것이다.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