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발로텔리(AC밀란)를 만나기 전 다소 심호흡이 필요했다.
그는 전세계 축구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괴짜 중의 괴짜다. 여성 교도소의 내부가 궁금하다며 자신의 차량을 타고 난입한 적도 있다. 자신의 생일에 화장실에서 불꽃놀이를 하다가 집을 모두 태워버릴 뻔 했다. 맨시티에서 뛰던 시절 맨유와의 더비에서 6대1로 승리하자 맨체스터 시내를 돌아다니며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자신을 질타하는 언론을 향해 '왜 나만 가지고 그래(Why always me)'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들어보이는 골세리머니를 펼쳤다. 최근에는 자신이 1면을 장식한 신문을 짜깁기 후 출력해 축구화 외피에 덮고 경기를 뛰었다. 이런 화려한 이력 탓에 그와의 만남은 긴장됐다. 혹여나 말한마디 잘못했다가는 엉덩이를 걷어차일 것만 같았다. 준비해간 질문지를 또 보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푸마의 신개념 축구화 에보파워 런칭 행사장에서 직접 만난 발로텔리는 달랐다. 눈에서는 선한 빛이 감돌았다. 맨시티 시절 카지노에서 거액의 돈을 딴 뒤 1000파운드(약 175만원)를 알지도 못하는 노숙자에게 기부한 이유를 알것만 같았다. 그는 괴짜지만 선하고 귀여웠다.
엉뚱한 면은 첫 답변에서부터 느껴졌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바르셀로나 날씨가 어떠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단 한마디 "굿(good)"이었다. 머쓱한 공기가 느껴지자 갑자기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미워할 수 없는 웃음이었다.
단연 관심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었다. 발로텔리가 속한 이탈리아는 죽음의 조 D조에 속했다. 상대는 축구종가 잉글랜드, 남미의 강호이자 지난대회 4강인 우루과이, 북중미의 다크호스 코스타리카다. 이탈리아는 잉글랜드와 첫 경기를 치른다. 발로텔리는 신중했다. 섣부르게 이탈리아의 성적을 자신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팀이 갈 수 있는 한 멀리 가고 싶다"고 했다. '결승전'이냐고 묻자 대답없이 웃음만 지었다. 대신 자신의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브라질에 도착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 동료인 쥐세페 로시(피오렌티나)와의 일화도 들려주었다. 발로텔리는 "로시에게는 더 강해진 모습으로 대표팀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우리는 서로 필요한 존재다. 부상 중인 로시에게 '너가 없으면 나도 브라질로 가지않겠다'고 말했다"고 고백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UCL) 16강에 대한 질문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AC밀란은 스페인의 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맞붙는다. 하지만 관심의 초점은 AC밀란이 아니었다. 발로텔리의 전 소속팀인 맨시티와 바르셀로나의 맞대결이었다. 이에 대한 발로텔리의 생각이 궁금했다. 역시 발로텔리는 쿨했다. 인터뷰가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었다. 주변에는 바르셀로나 팬들과 지역의 기자들도 있었다. 발로텔리는 "맨시티는 충분히 바르셀로나를 이길 수 있다. 나 역시 맨시티의 승리를 응원한다"고 시원하게 말했다. 이유는 인정(人情)이었다. 그는 "맨시티에는 내 친구들이 너무 많다. 그들이 실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곱지않은 눈길을 느꼈는지 "물론 맨시티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고 급수습하기도 했다.
발로텔리는 인터뷰 말미 주변에 몰린 다른 아시아 기자들을 보고서는 "최근 팀동료가 된 혼다 게이스케는 정말 좋은 선수다"라며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AC밀란의 10번을 입을 자격은 충분하다"는 발언으로 만남을 마무리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