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은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감독 경질 없는 해가 될 뻔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두산이 김진욱 감독을 경질하면서 '경질의 역사'는 계속 됐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법.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잘리는 게 감독의 숙명이다. 그런데 지난해엔 사상 최초로 감독 경질 없이 넘어갈 뻔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낸 구단들이 '재신임'을 해줬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성적의 마지노선은 '4강'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4강. 9개 구단은 4강에 진출한 팀과 아닌 팀으로 나뉘기 마련이다. 5위도 잘했다고 볼 수 있지만, 4강 탈락팀일 뿐이다.
실제로 지난해 4강 탈락팀 중 2007년 이후 최초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SK나 신생팀 NC에게도 밀리며 8위로 추락한 KIA는 안팎에서 감독 경질설에 시달려야만 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계약기간을 채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014시즌을 끝으로 3년 계약이 만료되기에 한 번 더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2014시즌을 끝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감독은 총 5명이다. 9개 구단 중 절반이 넘는다. SK 이만수 감독, KIA 선동열 감독을 비롯해 LG 김기태 감독, NC 김경문 감독이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다. 2년 계약을 맺은 한화 김응용 감독 역시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올해가 유독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데엔 이런 상황도 영향을 미친다. 부진한 성적에도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한 SK나 KIA, 최하위로 떨어진 한화는 물론, 지난해 잘 했다는 평가를 받은 LG나 NC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못한 팀은 당연히 잘해야 하고, 지난해 잘한 팀도 올해 못하면 역풍을 맞기 마련이다. 특히 SK 이만수 감독이나 KIA 선동열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두 팀 모두 감독이 원하는 유형의 외국인선수를 잡아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마지막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 FA 시장의 '큰손'이었던 한화 역시 마찬가지다.
팀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팀을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올려놓은 LG 김기태 감독이나 신생팀을 첫 시즌부터 7위로 이끈 NC 김경문 감독의 경우, 재계약이 낙관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높아진 눈높이와 구단의 후속 투자를 생각하면, 올해도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존재한다.
계약기간이 남았다고 나머지 감독들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2008년 이후 매년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롯데는 올해도 4강에 들지 못하면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시진 감독은 3년 계약을 했지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 경우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