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 극장가를 평정하며 단숨에 1000만 관객을 달성한 '변호인'. 가장 대중과 가까이서 호흡하는 배우라는 찬사 속에 두번째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된 송강호, 신인이라 믿기지 않는 연출력으로 데뷔작 천만이란 믿기 힘든 기록을 달성한 양우섭 감독 등이 단연 화제의 인물이다. 하지만 천만 영화 '변호인' 속에는 그들만 있었을까. 뿌듯한 성과 뒤에는 영화를 탄탄하게 떠받친 조연들의 땀방울이 녹아 있다. 여운이 남는 개성 만발의 연기력으로 단 한치의 공백 없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준 명품 조연들. 관객들은 먹먹한 감동을 가슴에 담은 채 실력파 조연들의 연기력에 대한 언급과 함께 극장을 나섰다.
백번 칭찬이 아깝지 않은 '눈부신' 조연들. 가장 눈에 띄는 조합은 곽도원과 임시완이다. 극중 가해자와 피해자 악연으로 만난 두 사람.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이자 주인공을 변화시키는 '사건'의 중심이다. 그만큼 중요한 신을 소화했던 두 사람. 고문경찰 곽도원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끌려온 학생 임시완을 잔인하게 괴롭힌다. 영화 속 고문경찰 곽도원은 마치 실제 모습같았다. '가장 확실한 나쁜 놈'으로 완벽 변신한 그를 향해 관객들은 치를 떨었다. 그만큼 곽도원의 연기력은 리얼함을 넘어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극중 캐릭터와 완벽하게 몰입된 연기를 펼친 곽도원은 22일 개봉하는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열연하며 2014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기파 배우로 재조명 받고 있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아이들 출신 임시완도 '변호인'을 통해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렸다. 용공조작의 누명을 쓰고 고문 피해에 시달리는 모습을 처절하게 소화해냈다. "진짜 죽을 뻔 했다"던 물 고문 장면 등 아이돌 출신으로서 소화해내기 힘든 고역을 온 몸을 불사르는 연기로 승화시켜 감탄을 자아냈다. 스크린 데뷔작이란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 수려한 외모와 인기에 연기력까지 검증받음으로써 배우로서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밖에 김영애 오달수 이성민도 탁월한 연기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인심 훈훈한 국밥집 아줌마 김영애는 아들 진우(임시완)가 구속 되자 단골 손님 송우석에게 아들의 변호를 맡아줄 것을 부탁하는 인물. 주인공을 변화시키는 계기를 제공하는 아들을 향한 절절한 모정이 관객들을 울린다. 최근 브라운관에서 뜸했던 김영애의 명품 연기를 스크린에서 만나 더욱 반갑다.
'팔색조' 조연 오달수는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변신했다. 우석의 듬직한 사무장으로 정감가면서 적당한 웃음 코드를 지닌 동호 역을 열연하며 주인공 송강호를 빛냈다. 사람냄새가 풍기는 푸근한 연기로 영화에 사실감을 더했다. 드라마에서 빼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던 이성민은 영화 속에서 변호사 우석의 쓴소리 잘하는 친구이자 사회부 기자인 윤택 역을 맡아 열연했다. 속물 세무 변호사 우석에게 거침 없이 직언을 날리지만, 변신 후 묵묵히 힘이 돼주는 인물을 사실감 있게 그려내 큰 박수를 받았다. 주·조연 모두의 땀방울이 한데 모여 완성된 천만 영화 '변호인'. 깨알같은 활약을 남긴 조연들이 '천만 배우' 타이틀을 달고 펼쳐갈 활약이 기대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