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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사라진 30홈런 타자 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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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 사람을 본적 있나요?'

2009년 이후 지난 4년간, KIA 타이거즈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면서 꽤 여러가지 기록들이 사라져버렸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형 홈런타자의 '실종'이다. 2009년을 마지막으로 한 시즌에 '30홈런' 이상을 친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사실 이런 현상은 KIA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의 최근 추세가 그렇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30홈런을 넘긴 타자는 매해 딱 1명 뿐이었다. 중장거리형 타자들을 많아졌지만, 시즌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는 타자는 드물었다.

▶KIA 재도약의 상징, 30홈런

하지만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름지기 30개 이상의 홈런을 쳐주는 중심 타자가 있을 때 팀의 공격이 한층 더 폭발력을 지니게 된다. 더불어 이는 프로야구 흥행에도 큰 도움을 준다. 재도약을 노리는 KIA도 마찬가지다. 지난 4년간의 부진을 씻어내고, 다시 '명문 구단'으로서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30홈런 타자'가 다시 나와야 한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새로 만들어진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시즌을 치르게 되는 만큼, 새구장의 첫 '30홈런 타자'는 구단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따지고보면 KIA에 '30홈런'에 도전할 후보들이 없는 게 아니다. 2009년 33홈런을 기록한 최희섭을 중심으로, 지난해 각각 21개와 24개의 홈런을 친 나지완, 이범호가 '시즌 30홈런'에 도전할 만한 인물들이다. 여기에 올해 새로 팀에 합류한 외국인 타자 브렛 필도 후보로 손꼽을 수 있다.

필을 제외한 세 명의 국내 타자들이 '30홈런' 이상을 달성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역시 '부상 방지'다. 최희섭과 이범호 그리고 나지완은 매년 크고 작은 부상을 겪었다. 이로 인해 애초부터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거나, 아니면 좋은 타격 흐름이 끊기는 일이 잦았다. 팀내 타자 중 유일하게 '30홈런 고지'를 밟았던 최희섭이 대표적인 사례다. 허리와 무릎 등에 계속 부상이 발생하는 바람에 가진 바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지난해 20홈런 초반에 그친 이범호와 나지완도 마찬가지. 이들이 시즌 내내 평균적인 몸상태를 유지했다면 '30홈런'에 육박하는 기록을 낼 가능성이 컸다. 나지완은 6월에 월간 홈런 7개로 페이스를 가파르게 끌어올렸지만, 여름철 컨디션 난조로 7~8월, 2개월간 홈런이 5개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이범호 역시 6월에 6개의 홈런을 쳤다가 7월에는 3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홈런을 칠 수 있는 기술과 힘을 갖춘 타자들이다. 결국 이들이 '30홈런'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몸상태를 잘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필의 경우는 미지수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의 기록을 보면 필은 홈런타자라기보다는 중장거리형 타자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체격조건이 좋고, 파워가 있기 때문에 국내 무대 적응 여하에 따라 '30홈런'에 도전해볼 가능성은 충분하다.

▶새구장 효과, 과연 어느정도일까

KIA에서 '30홈런 타자'가 나올 것인가에 관한 문제에는 또 다른 변수 한 가지가 개입된다. 바로 올해부터 새로 쓰게 되는 'KIA 챔피언스 필드'가 과연 얼마나 '타자 친화적'인 구장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이에 관한 정밀한 예측은 하기 어렵다.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구장이라 홈런에 관한 '파크 팩터' 자체가 계산되지 않는다. 때문에 야구장의 설계 형태와 규모 등의 간접적인 자료를 갖고, 지난해까지의 홈구장이었던 광주 무등야구장과 단순 비교하는 수 밖에 없다.

지난해 광주 무등야구장의 홈런 파크팩터는 1.038이었다. 이는 9개 구장 중 6위에 해당하는 낮은 수치다. 무등야구장이 그다지 '홈런 친화적'인 구장이 아니었다는 증거다. 그런데 무등 야구장의 좌우-중 펜스 거리는 각각 99m, 120m였고, 펜스 높이는 2m5였다.

그렇다면 새로 쓰게될 'KIA 챔피언스필드'의 규모는 어떨까. 거의 완성된 이 구장의 규격은 중앙펜스 거리가 122m에 좌우 펜스까지는 99m다. 펜스의 높이는 3m. 기존의 무등구장보다는 중앙펜스까지의 거리가 2m 멀어진 것. 타자의 입장에서는 중월 홈런을 치기가 약간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변수도 있다. 외야 파울지역의 넓이는 기존 무등구장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이건 타자에게 친화적인 요소다. 파울지역이 상대적으로 좁으면 파울플라이 갯수도 줄어든다. 결국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설 기회도 늘어난다. 이는 홈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사용 구장이라는 한계 때문에 보다 명확한 통계치를 근거로 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KIA는 새로운 구장을 가능한 '타자친화적'으로 지으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중앙펜스까지의 거리가 2m 늘어난 것은 홈런 수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보다는 파울지역이 좁혀진 것이 더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과연 새 구장에서 '30홈런' 고지를 처음으로 밟게되는 KIA 타자는 누구일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