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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범, 1000m 금메달 한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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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m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단거리 간판스타' 모태범(25·대한항공)의 머릿속은 1000m로 가득차 있다. 그는 각종 인터뷰에서 "500m보다는 1000m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유가 있다. 모태범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500m '깜짝' 금메달을 따냈지만, 1000m에서는 은메달에 머물렀다. 모태범은 당시 1000m 레이스가 두고두고 아쉽다고 했다.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은 모태범이 4년 동안 품은 한을 풀 무대다.

분위기는 좋다. 모태범은 지난달 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3~20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1000m 디비전A(1부리그)에서 1분09초50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모태범이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 시즌 처음이다. 무엇보다 '라이벌' 샤니 데이비스(미국)을 제쳤다. 데이비스는 모태범에 밀리기 전까지 이 종목에서 1~3차 대회 연속 금메달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1000m에 공을 들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모태범은 15일 서울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빙상국가대표선수단 미디어데이에서 1000m 금메달을 향한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는 "4년 전 1000m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1000m서 더 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 체력적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동시에 청사진도 밝혔다.

전략은 '초전박살'이다. 모태범은 "조금이라도 우승 가능성을 높이려면 경쟁자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첫 200m 구간을 빠르게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 여세를 몰아 600m까지 빠르게 통과한 뒤 마지막 1바퀴(400m)를 버티는 게 모태범의 구상이다. 이유 있는 전략이다. 모태범은 500m와 1000m를 주종목으로 하는 단거리 전문이다. 반면 데이비스 등 메달권 라이벌들은 1000m와 2000m를 주로 뛴다. 스피드가 뛰어난 반면 후반 레이스에서 밀리는 모태범 입장에서는 초반 최대한 기록을 단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케빈 크로켓 코치 역시 "모태범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스피드를 갖춘 선수인 반면 데이비스는 스피드에 약점이 있다. 그러나 데이비스는 마지막 1바퀴에서 매우 강하다"며 "데이비스를 꺾으려면 모태범은 첫 200m에서 0.5초가량 앞서야 한다. 이 후 첫 바퀴에서 스피드를 더 끌어올려 600m 지점까지 0.7초의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데이비스를 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최근 미셸 물더와 키엘트 누이스를 앞세운 네덜란드의 추격이 거세다. 물더는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데이비스를 누르며 모태범에 이은 2위(1분9초52)에 올랐다. 모태범도 "데이비스보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더 무섭고, 더 신경쓰고 있다"며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체계적인 전략 속에 기록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만큼 모태범이 한을 풀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