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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행' 이광종호, 이대로 만족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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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22 대표팀이 오늘 새벽(이하 한국시각)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3 AFC U-22 챔피언십 A조 3라운드에서 개최국 오만에 0-2 승리를 거뒀다. 2승 1무, 골득실에 밀린 조 2위로 8강행을 결정지었으나, 썩 인상 깊은 대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즌 직후 맞는 대회는 항상 어렵다. 소집된 선수 대부분이 소속팀에서 1년에 30경기 이상 소화하는 '닥치고 주전급'은 아니었다. 체력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일으킬 수준은 아니었을지라도 한 해 동안 꽉 조여 온 긴장의 끈을 풀어헤칠 여유가 없었다. 마라토너가 잠시 멈춰선 뒤 다시 제 페이스로 달리는 게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 시즌 종료 후 보름 남짓한 휴식, 금세 소집-훈련-현지 적응-평가전-대회 참가로 이어진 타이트한 행보 속에서 정신력을 다잡기란 매우 어려웠을 터다. 대회 개최지 중동은 늘 그랬듯 적응하기 어려운 동네였을 것이고, 여기에 부상자까지 속출하며 팀이 어수선해졌다.

그렇다 보니 조별 예선 세 경기를 치르는 동안 상대보다 한두 단계 앞선 클래스의 덕을 보지도 못했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라던 이광종 감독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이유다. 경기 초반, 오만은 간격이 벌어진 상황에서도 골킥을 짧게 연결해 후방에서부터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고자 했다. 탄탄한 패스웍이 장착되지 않은 팀에 이러한 방식은 상당히 해로웠고, 대표팀은 중앙선보다 앞선 지점에서 쉽게 공격권을 쥐는 보너스를 얻었다. 하지만 독이 바짝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대를 코너로 몰아넣고 연타를 퍼부을 수 없었다.

이후 안정을 찾은 오만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3~4명의 공격진이 부지런히 튀어 나와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대표팀이 지난 미얀마전에서 상대의 뒷공간을 부수며 3득점한 모습을 의식해서인지, 전방 압박에 공을 들이면서도 수비 라인은 아래 지점에 머무르곤 했다. 앞과 뒤가 다소 분리된 오만의 형태는 중앙이 얇아지는 문제를 초래했고, 피치 전체를 장악할 만한 응집력을 보이진 못했다. 이런 팀은 중원에서 주고받는 패스의 템포를 끌어 올렸을 때 무게중심이 특정 진영으로 쏠려 반드시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대로라면 치고받는 그림 속에서 대표팀의 공격력이 재미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볼이 뒤로 빠지고 상대가 달려드는 상황에서 수비진의 볼처리는 쓸더없이 조급했고, 김영욱-남승우의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은 볼을 받아주는 작업에서 아쉬움을 뚝뚝 흘렸다. 중원이 완전히 둘러싸였음에도 볼을 측면으로 돌려 상대의 압박을 분산시키기보다는 위험한 패스를 넣는 판단이 나왔다. 흔히 지도자들이 "우리팀 죽으라고 볼을 그렇게 주냐"고 역정을 내는 플레이로 상대가 이미 물려고 입을 벌린 미끼에 패스를 보내 어려움을 자처했다.

중앙으로 꺾는 안일한 횡패스까지 겹쳐 더 힘들어졌다. 이러한 패스를 가로채는 적군은 속도가 붙고, 뒷걸음질치며 물러나는 아군은 수적으로 앞선다고 해도 수비적인 준비가 안 돼 치명타를 입게 된다. 요르단전에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답습한 장면. 이런 루트가 어려웠다면 차라리 최전방의 김현을 향해 단번에 때려 넣고 라인을 끌어 올려 싸워볼 만도 했는데, 그러기엔 후방의 볼 운반 능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상대의 압박에 쫓겨 황급히 걷어내는 수동적인 롱패스는 능동적인 상황에 비해 동료와의 호흡이나 시야 확보가 부족하고, 의미 없는 뻥축구로 전락할 우려가 컸다.

힘겹게 전진해도 공격진에서는 볼을 향해 빨리 접근하지 못했다. 도움을 받지 못한 동료는 고립되기 일쑤였고, 이 상황에서 공격 방향을 바꾸는 좌우의 전환도 어려웠다. U-22보다 높은 레벨의 대표팀에서도 뛰었던 선수들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부분도 큰 아쉬움이었다. 공격 템포를 살린 연계가 이뤄지지도 않았고, 개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한 파괴력도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후반에 탄 흐름에서 터진 김경중과 윤일록의 연속골이 대표팀을 달랜 위안거리였다.

분명히 더 잘할 수 있는 팀이다. 토너먼트 단계로 진입한 이제부터는 다음 경기에서 만회하면 된다는 식의 '안전장치'가 없다. 스스로 조금 더 채찍질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더욱더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현지 환경에 녹아들고, 실전을 치르며 몸이 많이 풀렸을 만큼 19일 오후 10시에 펼쳐질 시리아와의 8강전에서는 더 좋은 내용을 간절히 원한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