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춘천 우리은행-KDB생명전. 우리은행 박혜진은 역대 여자프로농구 연속 자유투 기록을 갈아치웠다. 역대 최다인 45개를 성공시켰다. 종전 정선민의 기록(42개)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리그 최고의 슈팅가드 조성민(KT)은 역대 한 경기 최다 자유투 기록을 세웠다. 12일 동부전에서 무려 18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켰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만의 독특한 루틴이다.
루틴은 운동경기에서 한마디로 습관을 의미한다. 중요한 순간, 심리적 안정을 취하기 위해 매번 하는 똑같은 동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치로의 타격 전 스트레칭이 대표적이다. 프로농구에서는 자유투를 얻었을 때 이같은 반복적인 동작이 많이 나온다. 피닉스 현 감독인 제프 호너섹은 현역시절 자유투를 쏘기 직전 항상 양손을 얼굴로 가져가 땀을 닦는 습관이 있었다. 브루클린 네츠의 감독인 제이슨 키드는 림을 향해 키스를 날리는 '키스 세리머니'를 한 뒤 자유투를 쏘곤 했다. 아내를 위한 키스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이다.
박혜진 역시 알려진대로 자유투 라인에서 드리블을 4번 치는 루틴이 있다. 연습에서도 똑같이 한다. 박혜진은 "그렇게 하면서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일단 연습때와 같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호흡도 편해진다"고 했다.
15일 KDB생명전 2쿼터 박혜진은 첫 자유투를 얻었다. 성공시키면 역대 최다 연속 자유투 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벤치에 있던 박성배, 전주원 코치는 "던지는 순간 '아 좀 짧다'라는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박혜진은 그 순간 "지금까지 넣었던 자유투 중 가장 떨렸던 순간"이라고 했다. 리듬 자체가 일시적으로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유투가 들어갔지만, 아찔했던 순간이다. 그만큼 자유투에서는 일정한 호흡과 심리적인 편안함을 가져가기 위한 루틴이 중요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는 체력이다. 현역 선수들이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자유투는 서서 쏴야 한다. 격렬한 움직임 이후 숨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이런 호흡은 슛의 리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체력이 떨어지면 일정한 호흡의 리듬을 찾기가 쉽지 않다.
KT 조성민의 루틴은 '무호흡'이다. 그는 "자유투를 던지는 순간 일시적으로 호흡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자유투에 집중하면서 호흡 자체를 일정하게 가져갈 수 있다. 나만의 습관"이라고 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힘든 후반에는 '무호흡'의 루틴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는 "정말 힘든 4쿼터 막바지에는 최대한 자유투를 늦게 쏜다. 호흡을 일정하게 가져가기 위해 어쩔 수 없다. 일종의 꼼수"라고 웃었다. 하지만 이것은 조성민의 노하우다. 자유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성공률을 높히기 위해서는 일정한 루틴을 갖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농구 유망주들이 새겨둘 수 있는 부분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