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긋지긋한 가난 속에 살았다. 그의 빠른 스피드는 거리에서 볼을 차다 이웃집에 넘어간 공을 꺼내오다 완성됐다. 그는 축구 선수에게 치명적인 심장병을 앓았다. 어머니의 지극한 간호에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약속을 지켰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FIFA 발롱도르를 거머쥐고 눈물을 흘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이야기다.
호날두는 14일(한국시각) 스위스 취리히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에서 열린 2013년 FIFA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를 제치고 발롱도르를 받았다. 2008년에 이어 생애 2번째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5년만의 수상이다.
호날두는 2013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는 무관에 그쳤지만, 개인기록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59경기에서 무려 69골을 넣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38골,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15골, 코파 델레이(국왕컵)에서 6골을 기록했다. A매치에서는 10골을 넣었다. 기록으로 후보였던 메시(45경기 42골)와 리베리(52경기 22골)를 압도했다. 여기에 스웨덴과 펼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유럽지역 플레이오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포르투갈을 본선에 올려놓았다.
이번 발롱도르는 호날두에게 특별하다. 그를 쫓아다녔던 '2인자' 꼬리표를 떼어냈다. 매시즌 엄청난 활약을 펼쳤지만, 번번이 메시에 가로막혔던 호날두였다. '라이벌' 메시는 호날두 앞에서 4년 연속으로 발롱도르를 들어올렸다. 사람들은 그를 향해 '세계 최고의 2인자'라고 했다. 자존심 강한 호날두에게는 치욕스러운 평가였다. 호날두는 좌절하지 않았고 더욱 자신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는 거만한 이미지로 알려져있지만, 그라운드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선수다. 호날두는 그가 뛰었던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훈련장에 가장 일찍 도착해 가장 늦게 떠나는 성실맨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언제나 그라운드에서 100%를 쏟아낸다. 골을 향한 맹렬한 기세는 호날두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호날두와 불화를 겪었던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조차 호날두의 성실성에 대해서는 엄지를 치켜올렸다. "호날두를 지도한 것은 내 경력 최고의 경험이었다. 내가 아는 그 어떤 선수보다 프로의식이 강한 선수였다."
호날두는 성장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몸이 증거다. 축구계의 대표적 몸짱으로 꼽히는 호날두는 사실은 빈약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맨유 시절 "근육량을 늘리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피지컬 코치의 조언에 따라 웨이트트레이닝에 전념했다. 지금도 호날두는 웨이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득점기계'로 변신하기까지도 재능보다는 노력의 힘이 더 컸다. 드리블만 뛰어났던 호날두는 맨유 입단 후 첫 3시즌 동안 4, 5, 9골에 그쳤다. 그러나 왼발, 오른발, 헤딩, 프리킥에 이르기까지 슈팅 연습에 많은 공을 들인 호날두는 2007~2008시즌 31골을 시작으로 엄청난 골기록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2009년 당시 최고였던 8000만파운드에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호날두는 223경기에서 230골이라는 기념비적인 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를 맨유로 데려갔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 조차 "그의 재능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발롱도르 수상은 그가 흘린 땀방울에 대한 보상이다. 호날두는 "이 순간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내년 세번째 수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