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패의 동부, 도저히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여러 문제점이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승준이었다.
동부는 14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79대92로 완패하며 7연패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시즌 초반 12연패의 늪에서 겨우 탈출하더니, 다시 한 번 두자릿수 연패를 향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동부는 이날 패배로 9승25패가 되며 9위 KGC와의 승차가 1.5경기로 벌어졌다. 반면, 승리한 모비스는 2위 SK와의 승차를 1.5경기로 벌리며 단독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동부 이충희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치를 봤을 때, 강팀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을 인정하지만 너무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 감독은 "SK전(지난 3일 경기, 크게 앞서다 경기 막판 역전패를 당했다) 뼈아픈 패배 이후 3경기를 더 졌다. 그 경기 패배 후 선수들이 기세가 확 떨어졌다"며 "선수들이 찬스에서 주저한다. 승부처에서 해결을 해줄 외국인 선수도 없다보니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는 것 같다. 경기에서 조금만 상대에 페이스를 내주면 선수들이 경기를 포기해버린다"며 안타까워했다.
모비스전도 마찬가지였다. 동부는 3쿼터 중반까지 잘했다. 1쿼터 열세였지만 2쿼터 26-15 스코어를 만들며 경기를 뒤집었다. 이광재, 박지훈 두 슈터가 쉬지 않고 뛰며 득점, 수비에서 헌신했다. 하지만 이날도 3쿼터 중반 모비스에 흐름을 내주더니 그대로 제 풀에 주저앉고 말았다.
모든 선수들이 연패 탈출을 위해 열심히 뛰는 가운데 유독 한 선수 자리에서 공-수 모두 구멍이 났다. 이승준이었다. 공격에서는 집중력을 잃은 무리한 슈팅으로 일관했다. 12득점을 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득점이 골밑에 있다 소위 말해 주워먹는 득점이었다. 자신이 해결을 못하면 수비를 붙여놓고 외곽 동료들에게 찬스를 내줘야 하는데 전혀 매끄럽지 못했다.
공격은 그나마 나았다고 할 수 있다. 수비는 더욱 엉망이었다. 센터 포지션에서 기본인 박스아웃을 하지 않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도 상대에 연속해서 리바운드를 내줬다. 동부는 2쿼터 야심차게 3-2 지역방어 카드를 들고나오며 역전에 성공했는데, 골밑에서 이승준이 계속해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선수를 놓치며 득점을 허용했다. 오죽했으면 이 감독이 2쿼터 막판 이승준의 어이없는 수비에 화를 참지 못하고 김봉수로 교체하기도 했다.
동부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다른 선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뛰어 공격, 수비를 성공시켜도 한 선수 때문에 자신들이 쌓은 성이 계속해서 균열을 보인다면 힘이 쭉 빠질 수밖에 없다. '내가 열심히 뛰면 뭐하나. 이길 수가 없는데'라는 생각을 선수들이 하기 시작하면 그 팀은 끝이다.
문제는 이승준의 대체 자원이 없다는 것이다. 김봉수는 이날 겨우 5분54초를 뛰었다. 2쿼터 등장 후 다음 공격 찬스에서 곧바로 이승준으로 교체됐고, 4쿼터 가비지 타임을 조금 소화했을 뿐이다. 이승준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4분6초를 소화했다. 선수 선택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결론은 김주성의 결장이 너무도 뼈아프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울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