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하나외환 주포 김정은(27)의 별명은 '소녀가장'이다. 그가 없는 하나외환은 상상할 수가 없다. 공격의 구심점이다. 상대팀은 그만 막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세로 덤빈다. 그래도 김정은은 버틴다. 강팀들을 상대로 고춧가루를 뿌린다. 소속팀이 꼴찌라서 소녀가장의 활약은 더 도드라진다.
그런 김정은이 신한은행의 연승 행진을 끊었다. 그가 던진 3점 버저비터로 하나외환이 승리했다. 13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우리은행 2013~2014시즌 여자농구 신한은행전에서 58대56으로 승리했다. 신한은행은 김정은의 한방에 6연승에서 멈췄다. 하나외환은 시즌 5승째(12패)를 올렸다.
김정은은 버저비터를 포함 4쿼터에만 13득점을 쏟아부었다. 그는 이 경기에서 9번째 통산 5000득점 고지를 넘어섰다.
김정은은 지난 시즌까지 3시즌 연속 국내선수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에도 경기당 평균 15.9점(12일 현재)을 기록하고 있다. 김정은 2006년 프로 입단, 올해로 9년차 베테랑이다.
하나외환은 1쿼터에 집중력이 돋보였다. 느슨한 신한은행의 수비를 무너트리면서 20득점을 올렸다. 나키아 샌포드가 6득점, 김정은이 5득점을 올렸다. 김정은은 9번째로 통산 5000득점을 돌파했다. 허둥지둥한 신한은행은 7점차로 끌려갔다.
신한은행은 2쿼터 전면 강압 수비로 격차를 좁혔다. 신한은행의 밀착 압박에 하나외환 선수들은 턴오버를 남발했다. 신한은행은 스트릭렌이 8득점, 김단비가 5득점을 보태면서 26-27, 1점차까지 추격했다. 하나외환은 2쿼터 7득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김정은을 빼고는 공격을 풀어갈 선수가 없었다.
신한은행은 3쿼터에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다. 3쿼터 막판까지 팽팽하다가 하나외환의 집중력이 무너진 틈을 신한은행이 파고 들었다. 엎치락뒤치락했던 점수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신한은행이 7점으로 리드했다. 하나외환은 주포 김정은이 무득점에 그치면서 결국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대로 끝날 것 같은 경기는 4쿼터에 기적 같은 드라마가 연출됐다. 김정은의 3점 버저비터로 하나외환이 승리했다. 55-56으로 추격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정확한 슈팅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던진 슛이 부저와 함께 림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는 양팀 합쳐 가장 많은 22득점(6리바운드)을 기록했다.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끝에 골을 인정했다. 다잡았던 승리를 놓친 신한은행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채 코트를 떠났다. 부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