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올시즌 맨유의 지휘봉을 데이비드 모예스 전 에버턴 감독에게 물려준 뒤 홀가분하게 떠났다. 기술고문 역할이긴 하지만, 그닥 할 일은 없었다. 모예스 신임 감독이 초짜 사령탑이 아닐 뿐만 아니라 아무리 기술고문이라고 해도 팀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 제 아무리 '신'으로 평가받는 퍼거슨 감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보다 못한 퍼거슨 감독이 발벗고 나섰다. 팀도 추락하고 동시에 경질설에 휘말리고 있는 모예스 감독의 불안심리를 잠재웠다. 12일(이하 한국시각) 스완지시티와의 정규리그 경기를 앞두고 모예스 감독을 만나 값진 조언을 건넸다. 가족들과 남미 바베이도스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지만, 경기를 앞두고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넘어왔다. 이 자리에서 퍼거슨 감독은 맨유 사령탑은 위험하지 않다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글레이저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와 이적시장에서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자금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퍼거슨 감독이 모예스 감독 사무실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맨유가 13년 만에 3연패를 할 때에도 경기장을 찾아 모예스 감독을 안심시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퍼거슨 감독의 잦은 출현이다. 승리와 격려로 한층 자신감이 고취된 모예스 감독이 계속된 퍼거슨 감독의 출현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퍼거슨 감독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 얘기했다. 벵거 감독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면 경기를 질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퍼거슨 감독의 잦은 출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