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일본인 투수 다나카의 포스팅에 참가할 팀을 예상하면서 흥미로운 소식을 하나 전했다.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이번 시즌이 끝난 뒤 FA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얘기였다. 기사를 쓴 앤드류 마찬드 기자는 '다저스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커쇼는 2014시즌이 끝난 후 FA를 선언할 예정이다. 그의 에이전트는 케이시 클로스다'라고 보도했다. 커쇼 또는 에이전트가 확인한 내용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현실성이 충분히 담겨있는 시나리오다.
커쇼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그가 시장에 나온다면 여러 구단들이 득달같이 달려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2011년과 지난해, 두 번이나 사이영상을 받은 현역 최고의 투수다. 25세 이전 두 번의 사이영상을 받은 투수는 데니 맥레인, 브렛 세이버하겐, 로저 클레멘스, 팀 린스컴에 이어 커쇼가 역대 5번째 케이스다. 더구나 커쇼는 최근 4년 연속 단 한 번의 부상도 없이 200이닝 이상을 던지며 철완을 과시했다. 적어도 실력 이상의 자기 관리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의 예상 몸값은 짐작조차 어렵다. 에이전트는 계약기간 10년에 총액 3억달러를 목표로 한다고 알려졌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역대 투수 최초로 총액 2억달러를 넘길 투수임은 틀림없다. 다저스는 새 시즌이 시작되기 전 커쇼와 연장계약을 이루고 싶어한다.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커쇼측의 반응이 얼마나 긍정적일지는 미지수다. 다저스로서는 아무래도 커쇼가 FA 시장에 나가게 되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될 것이니 붙잡을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가 없다. 더구나 왼손이라는 상품성은 여러 구단들의 군침을 돌게 한다.
메이저리그 전문사이트인 블리처리포트는 12일 '커쇼는 2억달러가 넘는 계약을 할 첫 번째 투수가 될 것이며, 이번 시즌은 그냥 보내고 FA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다저스 구단은 그가 은퇴할 때까지 파란 유니폼을 입기를 바라겠지만, 스프링캠프에서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시즌이 개막될 때까지 연장계약을 하려면 커쇼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 조건을 내놓아야 하는데, 10년 이상을 보장하고 달라는대로 돈을 줘도 아까울 것이 없다는 의미다.
커쇼의 거취는 사실 다저스 내 다른 투수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저스는 현재 다나카 영입에 뛰어든 상태다. 네드 콜레티 단장이 포스팅에 참가할 뜻을 내비쳤다. 다나카가 가세한다면 다저스는 적어도 올 한 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최강 선발진을 거느리게 된다. 그러나 시즌 종료후 커쇼가 팀을 떠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번에 다나카를 데려올지도 알 수 없는 일이고, 1년 계약을 한 댄 하렌의 앞날도 예측할 수 없다. 결국 6년 계약을 한 잭 그레인키와 류현진 정도만이 붙박이 선발로 남는 꼴이 된다. 커쇼가 떠난다면 류현진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 메이저리그 최장상급 투수로부터 보고 배우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변수는 많다. 일부 외신과 다저스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은 커쇼와의 재계약을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5선발 요원으로 조시 베켓과 채드 빌링슬리, 유망주 스테펜 파이프와 잭 리도 대기하고 있다. 다나카 말고도 FA와 트레이드 시장에서 데려올 수 있는 투수도 있다. 블리처리포트는 이와 관련해 '다저스는 커쇼, 그레인키, 류현진이 확고한 1~3선발이지만, 앞 두 선수와 달리 류현진이 지난해 루키 시즌의 활약상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상대 타자들은 이미 적응을 했기 때문에 류현진도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현진도 다저스 선발진의 중요한 축이라는 뜻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