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2013년은 무척 바빴다. 특히 연말은 더 그랬다. 지난해 10월초 롯데는 5위로 아쉽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2007년 이후 6년 만에 가을야구를 못하게 됐다. 김 감독이 와서 화끈한 롯데 야구의 색깔이 변했다고 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FA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을 잡아주지 못한 롯데 구단을 향한 원망의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고개를 숙인채 마무리 훈련을 다녀왔다. 그리고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얼마 뒤 아들을 결혼시켰다.
김시진 감독은 올해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롯데 팬들이 이해하지 못할 성적을 낼 경우 자신의 거취가 불투명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단단히 각오를 한 듯 보였다. 롯데 구단도 전례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FA 강민호 최준석 강영식을 계약하는데 총 127억원을 투자했다. 선수들과 올해 연봉 협상을 하면서 달라진 구단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확실한 성과주의였다. 몇가지 당근책도 제시했다. 이제 김 감독과 롯데 선수들이 응답할 차례다. 15일 미국 애리조나와 사이판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김 감독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1.올해는 지난해 보다 전력 보강이 됐다고 본다. 진검 승부를 할 진용이 갖춰졌다고 보나.
두 가지는 좋아졌다. 거포 최준석과 좌완 선발 장원준이 가세했다. 최준석은 중심 타선에 배치될 것이다. 전지훈련을 통해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와 4번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이다. 한 명은 5번에 배치될 것이다. 장원준은 무조건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다. 유먼, 옥스프링, 송승준과 경쟁해서 순서를 정할 것이다. 1년 전보다 싸울 준비가 됐다고 보는게 맞다.(1년 전 김시진 감독이 첫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FA 홍성흔과 김주찬이 팀을 떠났다. 홍성흔은 두산, 김주찬은 KIA로 떠났다. 하지만 롯데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FA 강민호 강영식을 잡았고, 최준석을 두산에서 영입했다. 그리고 군복무를 마친 장원준과 포수 장성우가 복귀했다. 기존 선수가 빠져 나간 상황에서 대체 선수를 제대로 영입하지 않았을 때 성적이 떨어진다는 걸 롯데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2.올해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야구는 어떤 색깔인가.
(김시진 감독은 지난해 '지키는 야구'를 해보겠다고 했다. 타선이 약해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불펜에서 9팀 중 최다인 21블론세이브를 하면서 지키는 야구가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올해는 타선에 최준석과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가 보강됐다. 지난해는 4번 타자 때문에 정말 마음 고생이 심했다. 누구에게 맡겨도 불안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걱정은 안 하고 싶다. 좀더 공격적인 야구를 보여주고 싶다. 롯데팬들도 그걸 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달리는 야구'와 지키는 야구를 버리는 게 아니다. 번트의 빈도는 줄이고, 선수들에게 좀더 믿고 맡기는 야구를 해보려고 한다.
3.올해 끝장을 보겠다는 얘기를 이미 몇 번 인터뷰에서 말했는데.
롯데 팬들이 원하는 성적을 내줘야 한다. 모두가 우승을 말한다. 우승을 하기 위해선 먼저 4강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나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본다. 냉정해지고 싶다. 선수들에게 하나로 뭉쳐달라고 말했다. 시즌에 들어가면 선수들은 경기 도중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라커룸과 체력단련장에 들어가지 못한다. 모두가 같이 덕아웃에서 하나가 돼야 한다. 이게 내 마음이다.(김 감독은 롯데와 2015년 11월까지 계약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롯데 구단의 전례를 봤을 때 올해 성적에 따라 김 감독의 거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솔직하게 올해 이 선수가 좀 잘 해 줬으면 팀 성적이 나겠다고 생각하는 선수를 몇 명 꼽는다면.
1번 타자가 아직 애매하다. 두 선수가 잘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김문호와 이승화다. 둘 다 지난해 1번에서 자리를 잡는 듯 하다가 부상으로 더 성장하지 못했다. 둘이 해외전지훈련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둘 다 안 된다고 판단되면 전준우를 1번에 다시 쓸 생각도 있다.(롯데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가진 두 가지 문제는 1번 타자와 마무리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숙제를 풀지 못할 경우 롯데가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5.좌완 장원준에게 어느 정도 성적을 기대하나.
(장원준이 지난해 9월말 군복무(경찰야구단)를 마치고 돌아왔다. 2014시즌 롯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게 된다. 그는 이미 2011시즌까지 4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검증된 투수다. 국가대표까지 지냈다.) 솔직히 장원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리는 올해 유먼 옥스프링 송승준 장원준 이렇게 4명의 선발 투수는 정해졌다. 이들에게 모두 두자릿수 승수를 기대한다. 옥스프링과 유먼은 이미 상당 수준의 몸을 만들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호주에 있는 옥스프링은 80% 정도까지 몸이 올라왔다고 한다. 유먼은 무릎 상태가 좋아졌다. 둘은 지난해 성적인 13승에 근접하면 더 바랄게 없다. 장원준도 10승 이상 이면 된다.
6.선발 50승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우리 롯데는 선발 승으로 46승을 챙겼다. 내가 기대했던 선발 승을 충족시켰는데도 4강에 들지 못했다. 결국 불펜에서 블론세이브가 너무 많았다. 올해도 선발 투수들에게 46승 정도를 기대한다. 50승은 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지금부터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다. 대신 선발 투수들이 좀더 긴 이닝을 던져주어야 한다. 이닝이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우리 불펜들이 또 힘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선발진을 좀더 길게 끌고 갈 생각이다.
7. 마무리는 누구에게 맡길 건가.
결국 해줄 선수들이 하는 수밖에 없다. 김성배 최대성 둘이 해야 한다. 첫 번째 카드는 김성배인데 좌타자의 경우 부담을 느낀다. 그때는 최대성 카드를 쓸 것이다. 정대현 카드도 있다. 지금 누구라고 못 박을 수가 없다. 지난해 이맘 때 한 명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올해는 집단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전문가들이 올해 롯데에서 가장 불안한 부분으로 마무리를 꼽는다. 선발이 아무리 잘 던져주어도 마무리에서 지난해 같이 무더기 블론세이브를 할 경우 롯데가 우승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8.윤석민 합류는 가능한 얘기인가.
나도 신문 보도를 보고 알았다. 구단에서 듣기로는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내 지금 구상에 윤석민은 사실상 없다. 윤석민의 생각도 모르는 상황에서 윤석민의 합류 얘기를 하는 건 안 맞다. (롯데 구단은 지난해말 미국 진출을 모색하면서 LA에 가 있는 윤석민에게 안부 전화를 했었다. 그 바람에 롯데가 윤석민의 영입을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윤석민은 지금도 메이저리그 진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9.4강 커트라인을 몇 승 정도로 예상하나.
(지난해 4강 마지노선은 두산의 71승이었다. 롯데는 66승4무58패로 5위에 그쳤다.)올해는 9팀의 전력평준화가 지난해보다 더 많이 진행됐다고 본다.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최대 변수다.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 우리 롯데 같은 경우 올스타전까지 많은 승수를 챙겨 놓아야 막판 순위 싸움을 해볼만한다. 4강 커트라인은 지난해보다 약간 떨어질 것 같다. 68~69승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10.심수창을 한양대 후배라서 영입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있는데.
그런 얘기도 들었다. 심수창에게 얘기했다. "나는 너의 가능성을 보고 2차 드래프트에서 찍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대신 전지훈련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다른 선수들과 경쟁해서 더 좋은 공을 던지지 못하면 기회를 주기 어렵다. 서로 더욱 냉정해지자"는 말을 했다. (롯데는 지난해 실시한 2차 드래프트에서 넥센이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은 우완 심수창과 이여상을 찍었다. 심수창은 김시진 감독의 한양대 후배다. 김 감독은 넥센 사령탑 시절에도 심수창을 트레이드로 LG에서 영입했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