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선형은 매력 있는 가드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돌파가 좋다. 속공에 최적화돼 있다. SK는 세트 오펜스가 풀리지 않을 때, 수비를 강화한 뒤 속공으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다. 이때 김선형의 스피드는 빛을 발한다.
물론 가드가 모든 걸 겸비하는 건 어렵다. 김선형 역시 슛이 고민이다. 정통 슈터는 아니지만, 가드로서 슛을 겸비하면 위력을 배가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성공률이 떨어지다 보니, 고민이 크다.
김선형은 "시즌 초만 해도 슛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실전에서 슛 감각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고민에 빠진 것이다. 문경은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도 시즌 내내 계속 됐다. 슛은 김선형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필수요소였다.
1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KT와의 홈경기에서 김선형은 12득점을 올렸다. 헤인즈(16득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득점. 하지만 대부분이 속공이나 돌파에 의한 레이업슛이었다. 세트슛엔 여전히 약한 모습이었다. 야투 성공률은 33.3%(15개 중 5개 성공)에 그쳤고, 3점슛은 네 차례 시도해 단 한 개도 들어가지 않았다.
경기 후 김선형은 "오늘 안 들어간 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웃었다. 슛 트라우마를 모두 떨쳐낸 모습이었다. 그는 "그동안 슛을 안 던지면 계속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 같아서 안 들어가도 후반기를 보고 계속 던졌다. 최근에 감이 올라오는 것 같다. 자신감을 갖고 던지니 차차 나아질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루 아침에 슛이 좋아질 수는 없다. 지금껏 정통 슈터의 길을 걸은 것도 아니다. 문경은 감독은 최근엔 김선형에게 슛에 대한 얘길 안 하고 있다.
문 감독은 이에 대해 "옆에서 아무리 가르친다 하더라도 본인이 감을 잡고, 좋은 감을 통해서 잘 던지게 돼야 한다"며 "훈련 때 잔소리를 좀 했는데, 이제 잔소리를 안하려 한다. 슛에 대한 얘기를 계속 하면 스트레스만 받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덜 줘 본인이 깨우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슛이 2% 아쉽긴 하지만, 김선형은 장점이 많은 가드다. 포인트가드를 맡은 지 두번째 시즌임에도 발전 가능성은 높다. KBL을 대표하는 가드 중 한 명이 됐다. 스타성까지 겸비했다. 문 감독은 "지금 선형이에게 슛만 중요한 게 아니다. 속공이나 리딩에서도 해줘야 할 역할이 있다"며 "선형이는 슛이 안 들어가도 충분히 장점이 많은 선수"라고 강조했다.
SK는 헤인즈의 징계 기간, 국내 선수들의 공격 비중이 늘었다. 헤인즈에 대한 의존도를 떨쳐내는 시간이었다. 헤인즈의 징계 전 25경기서 국내 선수들의 평균 득점은 45.1점에 그쳤지만, 헤인즈 없이 치른 5경기에선 52.6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득점은 72.7점과 72.0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김선형의 비중은 크다. 상대의 혼을 쏙 빼놓는 전광석화 같은 돌파, 김선형은 그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슛에 대한 트라우마는 김선형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