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를 영입해 외야진이 차고 넘치게 됐다.
FA 이용규와 피에, 그리고 기존의 최진행 김태완 정현석 고동진 김경언 이양기, 신인 박준혁 등 주전을 넘어 백업 요원까지 자원이 풍부해졌다. 주전급 2명이 새로 들어왔으니, 기존 멤버들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한 명을 지명타자로 돌리고 이용규와 피에, 또다른 한 명을 주전으로 써도 3~4명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주전 경쟁 자체도 버거운데 백업 경쟁까지 치러야 하는 이중고다. 이를 바라보는 김응용 감독은 경쟁 효과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특히 주장을 맡은 고동진의 마음가짐은 특별하다. 사실 굵직한 외야수 2명이 가세하면서 고동진이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고동진은 "매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나에게는 확실한 주전으로 뛴 적이 없었다. 외야수 용병이 들어왔으니 기회가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고동진은 "어떤 상황이라도, 필요한 상황이 생길 것이다. 거기에 맞게 내 역할을 충분히 하면 된다"면서 "솔직히 개인 목표는 혼자 마음속으로만 가지고 있고, 팀목표는 약체라는 이미지를 벗는 것이다. 상대하기 까다롭고 벅찬 팀이라는 이미지 말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주장다운 생각이다. 고동진은 지난 시즌 중반 김태균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주장 완장을 찼다. 임시 주장이었다. 시즌이 끝난 뒤 선수단 만장일치 의견으로 정식 주장이 됐다. 자리 경쟁 말고도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까지 해야 한다. 주장이라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 사이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의사소통을 잘 해야하는지 고동진도 잘 알고 있다. 특히 한화는 팀워크를 더욱 다져 선수들 전체가 한마음으로 심기일전해야 한다. 지난해 최하위에 그친데다 새로운 멤버들도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한화는 오는 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공식 훈련을 하지 않는다. 선수들 의지에 따라 대전구장에 나가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고동진은 "매일 30명 정도가 나오고 있다. 고참급들은 알아서 하고 있고, 어린 선수들 위주로 나오고 있다"며 "코치님들도 없고 정식 훈련이 아니니까 편하게들 하고 있지만, 전지훈련이 시작되면 긴장감이 돌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프로 11년차인 고동진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4~5시간 동안 러닝, 웨이트, 배팅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선수단의 일원이자 주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올시즌 한화의 목표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고동진은 "우리가 최근 하위권으로 떨어진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시즌초 4~5월에 너무 밀렸다. 작년에도 4월에 너무 많이 패했다. 그러다보니 치고 올라갈 기회가 없었다"면서 "초반에 처지지 않고 중간 정도만 유지해도 충분히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캠프부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고, 성균관대를 거쳐 2004년 입단한 고동진은 통산 타율 2할5푼2리를 기록했다. 2006~2007년 주전 외야수로 뛰며 규정타석을 넘긴 이후로는 활약이 들쭉날쭉했다. 하지만 지난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9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2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화는 "고동진이 침착한 성격에 강한 리더십을 지니고 있고, 후배들에게 강할 때는 강하지만 잘 챙기는 스타일이라 선수단을 잘 이끌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