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 걸렸다.
한국 프로축구의 '스타 플레이어' 이동국(35)과 김남일(37)이 2014년 전북 현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FA(자유계약)인 김남일이 전북에 입단하면서 '절친 선후배'의 만남이 성사됐다.
K-리그 신인 시절 "한 팀에서 뛰자"고 약속을 한지 14년 만이다. 그 사이 이동국과 김남일은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가 됐고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 30대 중반이 됐다.
8일 전북의 전지훈련을 위해 브라질로 떠나는 이동국과 김남일을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이동국과 김남일은 인천공항에서도 항상 함께 다녔다.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서로를 응시했고,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질문에 답변을 했다.
이동국이 먼저 14년 전 일화를 털어 놓았다. "내가 포항에 입단(1998년)할 때 남일이형은 대학생이었다. 이후 남일이형이 2000년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나왔을 때 내가 포항 구단에 '남일이형 꼭 뽑아달라. 정말 괜찮은 선수'라고 얘기했다. 구단도 알았다고 해서 함께 뛰는 줄 알았는데 안 뽑더라." 김남일은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전남에 입단했다. 프로 입단 이전부터 친분을 유지하던 이동국과 김남일이 한 팀에서 뛰기로 했던 약속은 이렇게 어긋났다.
신인 시절의 약속은 둘 사이 '농담'거리가 됐다. 그런데 농담이 현실이 될 줄이야. 이동국은 2~3년전 있었던 일화도 소개했다. "내가 몇 년 전부터 항상 남일이형한테 전북이 '구매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몸만 오면 되니 준비하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는데 진짜 올 줄 몰랐다."
인천과 계약이 만료돼 FA(자유 계약) 신분이 된 김남일에 전북이 '구매 버튼'을 누른 것이다. 김남일도 장난스러운 말투로 이동국의 말을 받았다. "애타게 기다렸다. 역시 동국이는 확실히 무엇인가 보여주는 친구다.(웃음)"
그러나 인천과의 재계약을 놓고 고민하던 김남일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인건 이동국이 아닌 최강희 전북 감독이었다. 김남일은 "최 감독님과 만났는데 '42세까지 뛰는 선수들도 많다. 나이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뛰어라'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때 감독님의 말씀에 혼란스러웠던게 다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때까지(42세까지) 뛰도록 노력해야 겠다"며 웃었다.
인천에서 안주할 수 있었던 김남일에게 전북행은 큰 도전이다. 동시에 K-리그 첫 우승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는 도전이기도 하다. 김남일은 "전북에 오면서 버린게 많다. 인천에 있으면 선수로 뛰다가 지도자를 하는 등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지만 K-리그 우승을 꼭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승을 생각하고 전북에 왔다. 인천에 대한 생각을 잊고 전북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김)상식이형의 공백을 내가 메울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에 전북의 '캡틴' 이동국이 후방 지원을 약속했다. "남일이형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베테랑이니 잘 할 것이다."
14년전 약속을 2014년에 지키게 된 이들은 이제 전북의 K-리그 우승이라는 새로운 다짐을 함께 가슴에 품고 브라질로 떠났다.
인천공항=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