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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복귀, 박지성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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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A대표팀 감독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꺼진 불로 보였던 박지성(33·네덜란드 PSV) 불씨가 살아났다. 홍 감독은 박지성 카드가 유효하다고 했다. 서울제이에스병원(대표원장 송준섭)에서 무릎 관절염 수술을 받은 후 회복 중인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병문안한 9일에도 재차 입장을 밝혔다.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여부를 내 귀로 듣고 싶다는 것이다. 그간 바깥에서 겉도는 이야기만 들었다. 복귀 의사를 묻고 직접 들은 뒤 판단할 생각이다. 본선까지 남은 6개월 동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박지성이 그간 한국 축구에 공헌해왔지만 브라질월드컵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도 감독으로서 거치고 가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즉흥적인 생각은 아니다. 지금이 (박지성의 복귀 여부를 물을)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홍 감독은 3월 5일 유럽 원정 평가전을 전후해 박지성을 만날 계획이다.

이제 칼자루는 박지성에게 넘어갔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그는 단 한 차례도 은퇴 번복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6일에도 "계속 말씀을 드렸지만 아직 대표팀에 복귀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선수들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잘 해주고 있다. 내 자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선수들이 경험이나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좋은 선수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에는 "홍명보 감독님이 직접 설득한다고 해도 대답은 '아니오'다"라고 한 바 있다.

쏟아놓은 말들이 무성하다. 현재로선 은퇴 번복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문을 완전히 닫을 필요는 없다. 한국 축구는 과도기에 있다. 4년전 남아공월드컵의 경우 2002년 한-일월드컵 세대와의 신구 조화가 절묘했다. 박지성(당시 29)이 주장 완장을 찬 가운데 이운재(당시 37) 안정환(당시 34) 김남일(당시 33) 등이 벤치에서 중심을 잡았다. 이청용(26·볼턴) 기성용(25·선덜랜드) 등이 축구에 새로운 눈을 떴다. 패기와 관록이 합쳐져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일궈냈다.

브라질월드컵은 전환기다. 세대 교체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로 2002년 세대는 없다. 주축 선수들이 이청용 기성용 손흥민(22·레버쿠젠)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24·광저우 헝다) 등 22~26세다. 징검다리가 필요하다. 큰 무대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경험이다. 연령 제한이 있는 올림픽과는 또 다르다. 지구촌 최고의 선수들이 월드컵을 누빈다. 젊은 선수들은 한 순간의 파고에 무너질 수 있다. 분위기를 다잡을 구심점이 절실하다. 그래서 박지성이다. 2002년 막내로 월드컵에 첫 출전한 그는 3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그의 이름 석자가 갖는 의미 또한 진중하다. 유럽파와 국내파는 물론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 세대교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동안 부상이 발목을 잡았지만 기량도 녹슬지 않았다. 올시즌 QPR에서 친정팀인 PSV로 임대된 그는 프리롤에 가깝다. 왼쪽 날개에 서지만 좌우 측면은 물론 중앙까지 넘나들며 공격의 산소 역할을 한다. 중원 압박의 출발도 박지성이다.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 등 조별리그에서 맞닥뜨릴 상대가 느끼는 중압감도 배가될 수 있다.

시대도 박지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한국 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61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가 박지성이 대표팀에 복귀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홍 감독이 8일 박지성 카드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선언하자 그의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홍 감독이 길을 열어줬다. 후배들을 이끌고 마지막으로 감동의 드라마를 쓸 무대가 마련됐다. 브라질에서 불꽃을 태우는 것이 팬들에 대한 마지막 봉사일 수 있다. 유종의 미다.

박지성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바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