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의 계절이 돌아왔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오는 15일을 전후해 미국 또는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야구선수협회 간의 합의에 따라 1월 중순을 기점으로 팀 공식훈련이 시작되는 것이다. 올시즌은 다른 해와 달리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상이 팀성적의 중요한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NC(4명)를 제외한 8개팀의 외국인 선수 엔트리가 3명으로 늘어난데다 최근 2년간 없었던 타자들이 등장함에 따라 각 팀의 레이스 운영에 다양한 옵션이 등장하게 됐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외국인 거포가 합류했다는 점이다. 이들의 등장은 프로야구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스몰볼 위주로 편향돼 가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엔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공식 계약이 이뤄진 외국인 타자들의 면면을 보면 충분히 '롱볼'을 기대할 수 있다.
10일 LG가 외국인 타자로 조시 벨을 영입함으로써 9개 구단의 외국인 타자 엔트리가 모두 결정됐다. 이번에 LG 유니폼을 입게 된 벨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0경기에 출전해 타율 1할9푼5리, 홈런 4개를 기록했고, 마이너리그에서는 743경기에서 타율 2할7푼9리, 106개의 홈런을 친 거포 내야수다. LG는 벨에 대해 "좌우타 모두 가능한 거포로 우수한 체격 조건(키 1m92, 체중 104kg)을 바탕으로 한 빠른 스윙과 파워가 돋보인다. 1루와 3루 수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벨을 비롯해 SK 루크 스캇, 두산 호르헤 칸투, 롯데 루이스 히메네스, NC 에릭 테임즈는 해당 팀에서 중심타선을 맡을 거포로 기대를 받고 있다. KIA 브렛 필과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 한화 펠릭스 피에, 넥센 비니 로티노는 정교한 타격 스타일의 중장거리로 타자로 역시 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이 국내 프로야구에 합류함에 따라 새로운 양상의 경기를 관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홈런 타자가 등장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0년대 이후 이승엽 이대호로 이어지던 홈런타자 계보는 넥센 박병호까지 잘 전승됐다. 그러나 외국인 타자가 사라짐에 따라 경쟁 체제가 없어진지는 이미 오래됐다.
박병호는 지난해 37홈런을 치며 2년 연속 홈런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40홈런은 2010년(44홈런) 이대호가 친 이후로 3년 연속 소멸된 상태다. 이번에 용병 거포들이 대거 영입됨에 따라 대포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캇은 메이저리그에서 135홈런을 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칸투 역시 104개의 홈런을 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메이저리거였다.
이들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인다면 박병호 단독 체제로 이어지던 거포 경쟁이 더욱 치열한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타자가 홈런왕을 차지한 것은 지난 2005년 35홈런을 친 현대 서튼이 마지막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