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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기침, 밤 기침, 오랜 기침 등 모든 기침이 감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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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감기로 고생한 지 열흘이 넘었지만 기침이 도통 멎지를 않는다. 다행히 열도 가라앉고 비교적 잘 먹고 잘 노는 듯해 큰 걱정은 없지만 기침이 오래 가니 왠지 찜찜하다. 더구나 잠자리에서 기침 하느라 쉬이 잠 못 들고, 한번 기침이 터지면 얼굴이 벌개질 만큼 계속되는 바람에 안쓰럽기까지 하다. 기침, 정말 감기 때문일까?

감기가 나아도 기침이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감기 끝물에는 잔기침이 남아 있곤 한다. 감기에 시달리고 나면 호흡기 점막이 예민해져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찬바람에 민감하게 반응, 기침을 하는 것이다. 또 실내가 조금만 건조하거나 먼지가 많아도 기침을 할 수 있다.

물론 기침은 우리에게 질병이 없어도 나타난다. 사레 들거나 가래가 끼는 등 이물질을 배출할 때에 기침을 한다. 하지만 감기, 모세기관지염, 기관지염, 후두염, 폐렴, 천식 등으로 기침이 심하고 오래 가면 체력이 소모되고 수분이 손실되어 당사자가 힘들 수 있다.

숙면을 취하기도 어렵고 입맛도 떨어져 먹는 양도 줄어든다. 구토를 하거나 목소리가 쉬기도 한다. 심지어 호흡기 질환을 오래 앓게 되면 기도가 과민해져 기침이 3개월 이상 오래도록 지속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작정 '기침이 오래갈 수도 있지' 하고 넘겨서는 안 된다.

천안 아이누리한의원 박지호 원장은 "처음에는 감기로 진단을 받았더라도 아이가 4주 이상 기침을 한다면 좀 더 세밀한 진찰을 받을 필요가 있다. 감기가 합병증을 불러온 건 아닌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한 다른 호흡기 질환은 아니었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원인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이 기침 소리, 숨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

기침이 심하고 오래 갈 때는 감기 외에도 기관지염, 모세기관지염, 후두염 등과 같은 합병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우선 쉰 목소리에 '컹컹' 개 짖는 듯한 기침 소리가 나면 후두염(크룹)일 수 있다.

이른바 목감기로, 후두에 염증이 생겨 빨갛게 부어오르고 열이 나며 통증이 있다. 염증이 후두 주위, 기관지에 번지기도 하는데, 이렇게 후두염을 포함, 주변에 염증이 생긴 질환들을 총칭해 크룹이라고 한다. 겨울에 많이 발생하며, 5세 이하 남자 아이들이 자주 걸린다.

쌕쌕거리거나 그렁그렁한 숨소리와 함께 기침을 한다면 기관지염, 모세기관지염일 수 있다. 모세기관지염은 주로 2세 이하, 특히 1세 전후에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영유아들은 소아에 비해 기관지가 매우 좁아서 쉽게 막히고 증상도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영유아들이 많이 입원하게 되는 원인 질환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모세기관지염은 기침 소리보다 쌕쌕거리는 호흡음이 특징이다. 염증 때문에 기관지가 더 좁아져 공기의 흐름을 막기 때문.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다.

천안 아이누리한의원 박지호 원장은 "모세기관지염, 후두염 등은 감기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고, 감기처럼 시작될 수도 있다. 후두염의 합병증으로 모세기관지염이 생기기도 한다.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으로 감기와 비슷하게 돌보면 되지만 열이 40℃에 이르거나 호흡곤란으로 입술이 파랗게 된다면 서둘러 병원에 가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밤마다 계속되는 기침, 후비루와 천식 때문일까

비염이나 축농증(부비동염)이 있을 때에도 후비루 때문에 오랜 기침에 시달릴 수 있다. 후비루란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증상으로 목에 이물감을 느껴 기침하게 된다. 특히 밤에 잠자리에 누었을 때 후비루 증상이 심해져 기침을 많이 한다.

비염이나 축농증이 아닌데도 유독 밤 기침이 오래 간다면 천식을 의심해볼 수도 있다. 천식은 알레르기나 다른 자극에 의해 일어난 기도 염증이 기관지의 과민반응과 기도 폐쇄를 일으켜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가족 중에 천식이나 알레르기 질환이 있을 때, 후천적으로 알레르기 원인 물질과 접촉했을 때 발병하기도 한다. 발작적인 기침,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나며 보통 밤이나 이른 새벽에 심해진다.

증상 초기에는 마른기침을 하며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거나, 점차 호흡이 거칠어지며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낸다. 이런 증세가 몇 분 또는 몇 시간 동안 지속되거나 간헐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 오래도록 아무 증상 없다가 갑자기 재발하기도 한다. 박지호 원장은 "아이 기침이 잦아들게 하려면 원인 질환에 따른 맞춤 치료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비염과 천식 치료를 하면서 생활 속에서 아이 호흡기를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TIP 겨울철, 기침 하는 아이 돌보기 요령

① 아이가 찬 공기나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적절한 가습은 필수.

② 따뜻한 곳에서 추운 곳으로 나갈 때 마스크를 착용, 코가 급격한 온도차에 놀라지 않게 한다.

③ 기침을 유발하는 탁한 공기, 자극적인 냄새를 멀리한다. 먼지, 담배연기, 락스 같은 청소용품, 방향제, 공기청정제 등.

④ 집먼지 진드기, 겨울 황사, 애완동물의 털이나 비듬, 곰팡이 등처럼 호흡기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들을 피한다.

⑤ 끓인 물이나 따뜻한 보리차로 수분 섭취에 신경 쓴다.

⑥ 밤에 기침이 심하면 베개로 머리에서 어깨까지 적당히 받쳐 주어 상체를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