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터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남자프로농구에 제대로 된 슈터 한 명이 탄생하는 느낌이다.
평소 선수 칭찬에 인색한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 추 감독은 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를 78대72 승리로 이끈 후 "중요한 순간 성재준이 아주 잘해줬다"며 "앞으로도 계속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인 칭찬. 그만큼 활약이 인상적이었다는 뜻이었다.
2년차 포워드 성재준(1m88)은 삼성전에서 3점슛 2개 포함, 12득점을 하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특히, 고비 때 중요한 3점슛 2개를 터뜨리며 삼성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2경기 연속 활약이다. 5일 열렸던 LG전에서도 많이 뒤지던 상대가 5점차로 추격한 3쿼터, 찬물을 끼얹는 3점슛을 터뜨렸다. 성재준의 활약 속에 오리온스는 2연승을 기록했다.
슈터로서의 자질을 확실히 갖춘 모습니다. 건국대 4년 재학중이던 2012년 대학리그 3점상을 수상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2라운드에 오리온스의 지명을 받았다. 슛 타이밍이 굉장히 빠르고 거침 없다. 스냅이 좋아 공의 회전도 이상적이다. 또, 젊은 선수들이 긴장을 할 수 있는 고비처에서 자신있게 슛을 던지는게 가장 큰 강점이다. 팀의 주포 김동욱 조차도 "슛만 놓고 본다면 성재준은 우리 팀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치켜세웠다. 오리온스의 주전 슈터는 전정규였다. 하지만 추 감독은 "앞으로는 성재준, 임종일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성재준은 이어지고 있는 좋은 활약에 대해 "지난 시즌, 그리고 이번 시즌 초 뛰어봤자 30초, 1분 정도였다. 그러데 출전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감독, 코치님들께서 하고 싶은대로 하라라고 격려를 해주시니 자신감이 생겨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배 김동욱이 쑥쓰러워하는 성재준을 대신해 말을 이어갔다. 김동욱은 "가장 먼저 연습에 나오고, 혼자 묵묵히 훈련하는 후배다. 이런 선수들이 시합에서 슛을 던지면 안들어가도 동료들이 인정을 하게 된다"며 "묵묵히 준비를 하다보면 기회가 온다. 기회는 많이 오지 않는다. 재준이가 그 기회를 아주 잘 잡은 것 같다. 보통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자기 관리에 소홀해지게 되는데, 재준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대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재준의 롤모델은 코치로 활약 중인 조상현이다. 조상현 코치는 현역 시절 최고의 슈터로 이름을 날렸다. 성재준은 "지난 시즌 선수로 뛰실 때부터 이것저것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