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2014시즌을 앞두고 확실하게 믿는 구석이 있다. 그 첫번째가 좌완 선발 장원준(29)이다. 2011시즌 15승(3위)을 올리고 군복무(경찰야구단)를 위해 팀을 떠났던 그가 롯데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장원준은 경찰야구단의 기둥 투수로 지난 2년 동안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지난해 9월말 제대 이후 롯데 마무리 캠프를 다녀왔고, 최근엔 롯데 동료 강민호 최준석과 뉴질랜드에서 몸을 만들고 돌아왔다. 오는 15일 롯데 사이판 전지훈련에 참가한다.
장원준은 이제 예비역 선수다. 대개 한국 남자들은 군대를 갔다오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고 한다. 장원준은 보통의 경우와는 다르게 군복무 중에도 야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 프로 2군무대인 퓨처스리그에도 참가했다. 다승왕도 차지했다. 국가대표로 뽑혀 201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도 출전했다.
그는 2년의 프로 1군 공백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경기감각을 잃지 않았다. 1군 타자들을 상대하지 않을 뿐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두 시즌을 보냈다. 그가 경찰야구단 같은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팀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장원준은 "경찰야구단에는 나와 같은 기수가 25명이 있었다. 그중에는 나 처럼 1군에서 주로 뛰다가 온 선수도 있고, 2군 또는 아예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발악하는 선수들이 많았다"면서 "그런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야구를 잘 못해서 고민하던 예전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역이 되고 난 후 일을 하는데 쫓기는 게 없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차분하게 일을 처리하게 됐다고 한다. 또 그것과는 반대로 야구에 대한 절실함을 더 강해졌다. 예전에 롯데의 홈인 부산 사직구장을 가득 채운 팬들 앞에서 야구를 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장원준은 얼굴이 제법 알려진 스타인데도 지난 2년 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한 퓨처스리그에서 공을 던졌다. 지금은 1명의 팬이 소중하고, 또 1승이 절박해졌다.
그가 돌아와선 본 롯데 선수단도 달라져 있었다. 보이지 않은 자리 싸움이 치열졌다. 최근 몇 년간 FA 이대호 홍성흔 등이 떠났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장원준은 유먼 옥스프링 송승준과 선발 로테이션을 이루게 된다. 그도 예외는 아니다. 구위가 예전 같지 않고 흔들릴 경우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일단 장원준은 올해 최소 선발 10승 이상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일부 롯데팬들은 그가 가세했기 때문에 롯데 전력이 올라갔고 4강을 넘어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다고 본다.
그는 "팬들의 기대가 많아 부담이 된다. 하지만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게 내가 할 몫이다"라며 "자신이라도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목표를 숫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10승 이상에 평균자책점 3점대 진입을 기본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동안 들쭉날쭉 했던 타자의 바깥쪽 제구를 가다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또 좋았을 때와 안 좋을 때의 큰 편차를 줄이는데 효과를 봤다. 장원준은 "바깥쪽에 투심을 많이 던졌는데 아직 제구가 잘 안 된다. 결정구로 던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직구, 슬라이더, 커브를 주로 던진다.
장원준은 지난해말 국정감사에 불거진 경찰청 소속 체육단의 폐지 주장에 대해 경찰청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싶은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순기능을 생각해서 지속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2013년 국정 감사에서 김종태 국회의원이 경찰청 체육단의 법적 근거를 문제삼아 치안보조 업무를 하지 않는 선수들의 활동의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방부는 해체를 검토해왔지만 존속하는게 국가발전에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