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서 타선을 대폭 강화했다.
FA 시장에서 137억원을 들여 정근우와 이용규를 데려왔고, 수준급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를 영입했다. 국가대표급 테이블세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4번이나 최하위에 머문 한화로서는 마운드 안정이 여전히 시급한 과제지만, 적어도 올해만큼은 타선 때문에 고전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검증된 테이블세터이고, 피에 역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뽐냈던 터라 공수에 걸쳐 한화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을 지닌 이들 3명의 타순을 어떻게 짤지 궁금해진다. 김응용 감독은 피에를 영입할 당시 활용법과 관련해 "테이블세터도 되고 중심타선도 된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 라인업을 달리 구성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일단 세 선수를 모두 1-2-3번에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게 아니라면 이용규-정근우, 이용규-피에로 테이블세터를 구성하고 나머지 한 명을 하위타선의 핵으로 삼을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 됐든 상위 타선의 출루율을 높여 득점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김 감독의 계산법이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마땅한 테이블 세터가 없어 공격이 답답했던 한화로서는 라인업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선수가 팀의 간판인 김태균이다. 지난해 김태균은 타율 3할1푼9리, 10홈런, 52타점을 기록하며 2002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9시즌 연속 세자릿수 안타를 이어갔지만, 중심타자로서 화끈한 방망이 실력은 보여주지 못한게 사실이다. 후반기에는 설상가상으로 갈비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입어 결장이 잦아지기도 했다. 팀을 위해 출전을 강행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기울였으나, 실제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번 스토브리그서 그 누구보다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용규 최진행 안승민 등 동료들과 사이판에서 20여일간 재활훈련을 실시했다. 12월23일 귀국 후에도 매일 개인훈련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부상 부위는 완벽히 회복된 상태다.
테이블세터가 보강된만큼 김태균에게 모아지는 관심은 당연히 '해결 능력'이다. 찬스에서 얼마나 많은 주자를 불러들일 것인가가 그의 가치를 평가하는 주된 항목이 될 것이다. 4번타자로 이미지를 구겼던 지난 시즌의 기억을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김태균은 지난 2004~2005년 각각 106타점, 100타점을 올리며 4번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시 한화의 1~3번은 조원우, 고동진, 데이비스 등 멤버가 괜찮았다. 이번 한화의 1~3번은 역대 최강급이다. 김태균에게 더욱 눈길이 간다. 그가 9년만에 세자릿수 타점을 올릴지, 올시즌 한화 팬들의 관전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