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보다 못한 출발이었다.
2013년 K-리그 30년사에 처음으로 시행된 2부리그, K-리그 챌린지가 열렸다. 예상대로 팬들의 관심에서 한발 벗어나 있었다. 그나마도 전현직 국가대표들이 즐비한 상주 상무와 경찰축구단에 집중됐다. 재창단이라는 스토리를 갖고 있었던 FC안양와 부천FC 역시 프로수준에 맞지 않는 운영으로 기대만큼의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상주가 강원FC를 꺾고 한국 스포츠사에서 처음으로 승격에 성공한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2013년이 과도기였다면, 2014년은 챌린지의 본격적인 출발선이다. 일단 챌린지에 참가하는 10개팀의 면면이 괜찮다. K-리그 클래식에서 잔뼈가 굵었던 대전 시티즌, 대구FC, 강원이 합류했다. 경찰도 여전히 화려한 멤버를 보유하고 있다. 승격에 실패한 광주FC도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수원FC, 고양 HiFC, 충주 험멜 등도 첫 프로시즌을 보내며 경험을 쌓았다. 각 팀간의 전력차가 크지 않아 치열한 승격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시스템의 변화도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승격의 문이 넓어졌다. 다음 시즌엔 최대 2팀이 승격의 기회를 잡게 된다. 당초 프로축구연맹은 '1위 자동승격, 2위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방식을 채택했지만, 지난 11월 이사회를 통해 이 방식을 변경했다. 우승팀은 무조건 승격, 2~4위 팀은 준플레이오프를 벌인다. 정규리그 3, 4위가 먼저 경기를 치르고, 이 경기의 승자가 2위팀과 맞붙는다. 마지막 대결에서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팀을 가린다. 순위가 높은 팀에게는 확실한 어드밴티지가 주어진다. 1차 준플레이오프 경기는 3위팀의 홈에서 펼쳐진다. 90분간 승부가 무승부로 끝나면 3위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2차 준플레이오프의 방식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오프 특유의 단판승부 묘미를 살리면서도 정규리그 순위에 따른 이점을 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방식이라는 평이다. 챌린지 플레이오프 승자는 클래식 11위팀과 승강의 명운을 걸고 최종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달라진 승격 시스템으로 인해 챌린지 대부분의 팀들이 승격을 꿈꿀 수 있게 됐다. 하부리그 팀들의 최종 목표는 역시 승격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 등 우승 이외에 다른 메리트가 있는 클래식과는 다르다. 승격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이번시즌에는 4위까지 승격의 가능성을 주며 마지막까지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승격의 시기를 2~3년 후로 잡던 팀들도 다음시즌에 올인하겠다는 각오다. 대대적인 예산 삭감이 예고된 2013년 강등팀들도 순위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클래식 못지 않게 치열해질 챌린지를 기대해야 하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