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구단의 외국인 선수 구성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SK와 롯데, NC, 넥센이 3명과의 계약을 모두 마쳤고, 나머지 구단들도 막판 '진주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규정에 따라 각 팀은 투수 2명, 야수 1명(NC는 투수 3명, 야수 1명)으로 엔트리를 채웠다. 투수의 경우 마무리로 나서는 KIA의 하이로 어센시오를 제외하면 모두 선발을 맡는다. 타자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팀들이 중심타선에 포진할 거포를 뽑은 가운데 넥센 비니 로티노와 한화의 펠릭스 피에는 테이브세터를 맡을 수 있는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을 지녔다. 팀마다 전력에 맞는 선수를 뽑느라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이번에 새롭게 계약한 외국인 선수들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경력과 기량에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지난 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양질의 선수들이 가장 많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하거나, 마이너리그 유망주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각 팀들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외국인 선수들에게 과감한 투자를 하게 됐을까. 경쟁과 선택의 원리에 의한 것이다.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제가 내년부터 폐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마음에 드는 선수를 데려오려면 원하는 조건을 모두 들어줘야 하는게 현실이다. 메이저리그 40인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라면 최대 100만달러에 이르는 이적료도 부담해야 한다.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이번에도 몸값 상한선 30만달러를 지킨 구단은 하나도 없다.
계약을 완료한 선수들 가운데 한화 투수 케일럽 클레이는 1988년생으로 내년이면 26세가 된다. 역대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젊은 나이에 속한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의 꿈을 포기하고 한국땅을 밟겠다고 결심한 데에는 한화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SK가 선택한 루크 스캇은 메이저리그 통산 135홈런을 날린 거포다. 올해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9홈런을 쳤고, 연봉 275만달러를 받았다. 올시즌 종료후 FA가 된 스캇은 과감하게 SK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산의 호르헤 칸투는 2008년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29홈런, 메이저리그 통산 104홈런을 날린 거물급이다. KIA에 입단한 브렛 필은 올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각각 3홈런, 18홈런을 쳤다. KIA 말고도 다른 구단으로부터도 제안을 받았을 정도로 한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호평을 받았다.
실패로 돌아갔지만 모 구단은 올시즌 풀타임을 던진 메이저리그 투수와 협상을 시도하기도 했다. 돈을 쓸 때 쓰더라도 수준높은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는 인식이 넓게 자리잡았다는 이야기다. 모 구단 단장은 "중간에 용병을 교체할 경우 돈도 더 들 뿐만 아니라 대체 용병의 성공 가능성도 낮다. 확실한 선수를 뽑아야 한다. 이제는 트리플A급이 아니라 메이저리그급 선수들에게로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 80만~90만달러는 이제 평범한 이야기가 됐다"고 밝혔다. 한국행을 고민하는 외국인 선수들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국내 구단들의 투자 수준을 잘 알고 있다. 선수 한 명이 아쉬운 국내 구단의 실정상 협상 테이블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갑'의 입장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한화는 이번 FA 시장에서 137억원을 썼다. 롯데 강민호는 4년간 보장된 몸값으로 75억원에 계약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외국인 선수에게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오히려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는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