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의 자존심을 세울 수 없는 성적이었다. 넥센 히어로즈 투수 김병현이 무려 4억원이나 삭감된 2억원에 재계약했다.
김병현의 올시즌 연봉은 6억원이었다. 한국무대 데뷔 첫 해였던 2012년보다 1억원이 인상된 금액이었다. 고작 3승(8패)을 올렸음에도 구단은 김병현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해 연봉 인상을 안겼다. 첫 해는 적응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병현은 2년 연속 부진했다. 올시즌 15경기서 5승4패 평균자책점 5.26에 그쳤다. 지난해 3승8패 평균자책점 5.66과 비교해 크게 나아진 부분은 없었다.
결국 이번엔 4억원이 삭감된 2억원에 재계약했다. 삭감률은 66.7%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선수들에게 대폭 상승된 연봉을 안기던 넥센도 고액연봉자인 김병현은 대폭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 철저히 성과에 따라 연봉협상을 하고 있다. 더이상 전직 빅리거 김병현에 대한 '특별대우'는 없다.
김병현 역시 평소 성격대로 '쿨'하게 삭감안을 받아들였다. 계약을 마친 뒤 김병현은 "아직 부족한 게 많은 것 같다. 내년 시즌 준비를 잘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김병현의 4억원 삭감은 역대 연봉 삭감액 2위에 해당한다. 최근 NC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는 박명환은 지난 2011년 FA(자유계약선수) 재자격을 취득하지 못해 일반 연봉 재계약 대상자가 된 뒤, 5억원에서 4억5000만원이 삭감된 5000만원에 재계약한 바 있다.
반면 데뷔 두 시즌 만에 홀드왕 타이틀을 따낸 한현희는 활짝 웃었다. 올시즌 5승무패 1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한 한현희는 올해 연봉 5000만원에서 7500만원이 오른 1억2500만원에 사인했다. 인상률은 무려 150%다.
한현희는 "좋은 조건에 계약해주신 구단에 감사하고 기쁘다. 올시즌 염경엽 감독님, 코칭스태프, 선배들의 도움으로 홀드왕에 오를 수 있었다. 도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년 시즌에는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외야수 문우람은 3000만원에서 3200만원이 오른 6200만원에 재계약했다. 올시즌 69경기서 타율 3할5리 4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문우람은 "올시즌 연봉과 비교해 두 배가 넘었다. 아주 기분 좋다. 신고선수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했고, 주위의 도움도 받았다. 앞으로도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선수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넥센은 2014시즌 연봉 계약 대상자 44명 중 34명과 계약을 마쳤다. 재계약률 77.2%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