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협상의 계절, 관심을 끄는 이가 있다. 신인으로서 최고 두각을 드러낸 신인왕의 연봉 인상폭은 얼마나 될까.
올시즌 신인왕 NC 이재학(23)은 단연 팀내 연봉 고과 1위다. 팀은 물론 한국프로야구 선발투수 중 최정상급 성적을 냈다. 연봉 협상에서도 목소리를 낼 만 하다.
신생팀 NC는 올시즌 7위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 중심엔 강력한 선발진이 있었다. 창단 특전으로 외국인선수를 한 명 더 쓸 수 있어 외국인선수 3인방으로 원투스리펀치를 구성했지만, 토종투수도 만만치 않았다. 프로 4년차 사이드암투수 이재학은 10승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며 선발진의 중심을 잡았다.
이재학은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찰리(11승7패 평균자책점 2.48)와 함께 NC 선발진의 양축이었다. 객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NC에서 두자릿수 승리를 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재학과 찰리 모두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부족한 타선지원을 뛰어넘었다. 다른 10승 투수보다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올시즌 신인왕도 당연히 이재학의 몫이었다. 두산 유희관이 분전하긴 했지만, 신인왕의 잣대가 되는 정규시즌 성적은 이재학이 앞섰다.
대개 12월부터는 다음 시즌 연봉 협상이 진행된다. NC 역시 마찬가지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뛰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엔 1군 기록을 토대로 협상을 진행한다. 이미 나름대로의 연봉 고과 시스템을 만들었고, 데이터 위주로 철저히 협상을 진행해 선수를 이해시킬 생각이다. 실질적인 연봉 협상 첫 해인 만큼, 원칙을 세우는 협상이 되길 원한다.
▶역대 신인왕 연봉 '대폭인상', 최형우 케이스 보면 기본은 억대 연봉
올시즌 NC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던 이재학의 연봉은 얼마가 될까. 이재학은 투수 고과 1위인 것은 물론, 신인왕이란 타이틀까지 챙겼다. 구단 측에선 특정선수에게 편중된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재학은 '상징성'이 있다.
일단 역대 신인왕의 다음 시즌 연봉을 살펴보자. 2006년 류현진은 신인 최초 트리플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에 등극하며 MVP와 신인왕을 휩쓸었다. 그해 류현진은 신인 연봉 2000만원에서 400%가 오른 1억원에 재계약했다. 여전히 역대 최고 인상률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후 신인왕들은 류현진 만한 임팩트는 아니었지만, 연봉은 확실히 올랐다. 2007년 두산 임태훈은 2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200%가 올랐다. 2008년부터는 중고 신인왕이었는데 그해 삼성 최형우가 5000만원에서 100% 오른 1억원에 사인했고, 2009년 두산 이용찬의 연봉은 2400만원에서 59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2010년 두산 양의지는 2400만원에서 200% 오른 72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2011년 삼성 배영섭은 26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지난해 넥센 서건창은 2400만원에서 7700만원으로 인상됐다.
임태훈과 양의지, 서건창은 인상율이 200%를 넘었다. 하지만 모두 그해 연봉이 적었다. 다른 신인왕 선수들에 비해 많은 5000만원의 연봉을 받은 최형우는 100% 인상으로 억대 연봉에 진입했다.
이재학의 경우는 어떨까. 이재학은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2군)의 활약을 바탕으로 연봉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랐다. 비록 2군이지만, 다승과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휩쓴데다 NC는 1군에서 활약해주길 바라는 '기대치'에서 연봉 인상을 안겼다. 최근 신인왕들 중 최형우의 사례만 봐도 최소 억대 연봉이 예상된다.
▶284.6% 인상된 신인왕 경쟁자 유희관, 이재학 인상폭은?
하지만 활약도에 있어선 선배들을 뛰어넘는다. 이재학은 팀 동료 찰리에 이어 평균자책점 전체 2위에 올랐다. 토종 투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는 1.17로 당당히 1위였다. 피안타율은 2할2푼1리로 LG 리즈에 이어 2위(토종 1위)였다.
또한 선발투수의 가치를 보는 기본 지표라 할 수 있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는 17회로 삼성 윤성환과 함께 공동 7위인데 토종 투수 중에선 두산 노경은(8회)에 이어 공동 2위다.
올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토종 투수 중에선 윤성환(13승8패 평균자책점 3.27), 노경은(10승10패 평균자책점 3.84)과 비등한 활약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올해 1억6000만원을 받은 노경은은 1억2000만원이 인상된 2억8000만원에 내년 시즌 재계약을 마쳤다.
물론 이미 억대 연봉자인 윤성환이나 노경은과는 절대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럼 신인왕 경쟁자였던 유희관은 어떨까.
유희관은 올시즌 10승(구원승 2승 포함) 7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했다. 올시즌 2600만원을 받았던 유희관은 내년 시즌 1억원을 받는다. 무려 284.6% 인상이다. 좌완 선발투수에 목말랐던 두산은 그 갈증을 풀어준 유희관에게 구단 역사상 최고 인상율을 안겼다. 유희관의 연봉 인상율은 한국프로야구를 통틀어서도 4위에 해당한다.
각 구단에서 연봉 협상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특히 몇몇 구단이 보여주는 큰 폭의 인상안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올시즌 신인왕이자, 장차 한국프로야구를 빛낼 선발투수 이재학의 내년 시즌 연봉은 과연 얼마가 될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