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 강민호(28)가 13일 대박을 터트렸다. 원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와 재계약했는데 그 금액이 역대 최고 금액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계약 조건은 기간 4년, 총액 75억원이다. 계약금 35억원에 연봉 10억원이다.
강민호는 국내 야구사를 새로 썼다. 종전 FA 최고 금액은 지난 2005년 삼성과 계약했던 심정수의 4년 60억원이었다. 강민호는 심정수의 기록을 멀찌감치 뛰어넘었다.
강민호의 기록적인 FA 대박은 이미 사전 예고가 됐었다. 강민호는 나이가 어리다. 또 특수 포지션인 포수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이미 국가대표 주전급이다.
게다가 롯데가 처한 상황이 강민호를 무조건 잡게 만들었다. 롯데는 지난해 FA 홍성흔(두산) 김주찬(KIA)를 잡지 못했다. 2년 전엔 이대호를 붙잡는데 실패했다. 롯데는 올해 정규시즌에 5위를 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또 올해 홈 관중수가 44% 급감했다. 롯데팬들은 구단의 무능력을 비난했다. 강민호 마저 놓치면 팬들의 구단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게 뻔한 수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의 고위층에서 부산 지역의 나빠진 민심을 진정시키는 차원에서 무조건 강민호를 붙잡으라는 지시가 구단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구단은 FA 협상 전부터 강민호를 무조건 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상 전부터 역대 최고 대우를 해주더라도 눌러 앉힌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었다.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롯데와 강민호는 원소속팀과의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식사를 겸해 몇 차례 만났다. 롯데는 강민호가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걸 강조했다. 강민호 역시 2004년 프로 입단 이후 줄곧 몸담았던 롯데가 자존심만 세워준다면 떠날 이유가 없다고 봤다. 강민호는 "돈이 전부가 아니다. 어머니도 사람이 죽을 때 그 많은 돈을 갖고 가지 못한다는 얘기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강민호와 롯데 사이엔 남는다는 공감대가 일찌감치부터 형성이 됐다. 관건은 강민호의 시장 가격이었다. 롯데도 처음에 얼마를 제시해야 강민호를 만족시킬지 고민했다. 대개 선수의 몸값은 연령, 포지션, 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데 견줄만한 선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강민호 이전의 포수 FA 최고 금액은 조인성의 34억원(2007년 LG와 계약)이었다.
이미 FA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강민호의 몸값이 100억원에 육박한다는 루머가 돌았다. 포수 자원이 필요한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NC 다이노스가 강민호가 시장에 나오기만을 기다린다는 소문도 흘렀다.
롯데는 강민호를 우선 협상에서 놓칠 경우 다른 팀에 빼앗길 수 있겠다고 봤다. 그래서 협상이 아닌 단 번에 강민호의 마음을 잡는 방법을 썼다. 깜짝 놀랄 거액을 제시한 것이다. 강민호가 규정상으로는 되지 않지만 이미 다른 구단으로부터 거액을 제시받았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강민호는 자신에게 풀베팅을 해준 롯데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다.
강민호는 "롯데에서 1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최강 롯데팬들과 함께 하면서 행복하게 야구를 해왔고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면서 "나의 자존심을 세워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에 대한 진정성과 올 시즌 성적 부진에도 마음으로 다가와 준 구단에 진심으로 고맙다. 내 가치를 인정해준 구단의 팀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롯데가 밝힌 강민호의 계약 금액이 다소 축소됐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총액이 80억원을 훌쩍 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구단들은 FA 계약을 한 후 축소해서 보도자료를 뿌린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지난해 김주찬(KIA) 정현욱(LG) 홍성흔(두산) 등도 발표된 금액 보다 더 많은 돈을 받기로 합의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일부에선 강민호의 몸값이 그의 경기력에 비해 과하는 목소리를 냈다. 강민호의 2013시즌 성적은 타율 2할3푼5리. 77안타, 11홈런, 57타점. 장타율 3할7푼6리, 출루율 3할6푼6리, 득점권 타율 2할5푼9리다. 허리 등 잔부상으로 개인 성적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 지난 9년 동안의 평균 성적은 나쁘지 않다. 통산 타율 2할7푼1리, 125홈런, 512타점. 한 시즌 평균 13.8홈런과 56.8타점을 기록했다. 그의 올해 수비능력은 도루저지율 3할8푼1로 준수했다. 최근 3년간 꾸준히 좋은 저지율을 보여주었다. 강민호의 투수 리드는 초창기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