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가슴이 탁 트이고, 후련한 여정을 꾸리고 싶다면 전북 김제시가 안성맞춤이다. 호남평야의 중심, 김제는 광활한 만경평야가 황금들녘으로 물드는 결실의 장관이 펼쳐지는 곳으로, 성숙한 가을 지평선을 바라보며 성큼 다가온 계절의 매력 속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때를 맞춰 잔치마당도 펼친다. 대한민국 대표축제에 오른 '김제지평선 축제'가 그것으로,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 농경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벽골제로 상징되는 전통농경문화를 오늘에 재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는 추억과 정감이 넘쳐흐르고, 풍요의 고장 '김제'의 매력 또한 알토란처럼 담겨 있다.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대한민국 대표축제의 명성 '김제지평선 축제'
풍성한 결실의 계절, 호남평야의 중심지 전북 김제시에서는 가을의 서정이 듬뿍 담긴 '제 15회 김제지평선축제'가 열린다. 잔치는 '끝없는 지평선! 끝없는 감동!'이라는 주제로 오는 10월 2~6일, 한국 농경문화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벽골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김제지평선축제'는 대한민국 최대 곡창지대에서 열리는 전통농경문화축제다. 8년 연속 대한민국 최우수축제에 이어 지난해에는 대한민국대표측제로 선정되었고, 세계축제협회 '피나클어워드'에서도 금상을 수상한 명품 글로벌 축제다.
특히 축제가 열리는 벽골제는 동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수리시설로 최근 저수지 제방의 중심에 위치했던 수문(중심거)을 새로 발굴해 벽골제 복원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 중이다.
▶고향마을로 떠나는 풍성한 가을소풍 '지평선 축제'
황금들녘과 코스모스,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김제 들녘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최고의 가을 소풍에 다름없다.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농촌체험을,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해외 관광객들에게는 한국의 전통농경문화를 체험케 하는 풍성한 잔치마당이다.
농경문화 체험프로그램과 전통문화행사 등 이벤트도 한 가득이다. 올 축제에서는 7개 분야 67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축제 전날인 1일 김제 시내 권에서 말(馬) 문화 페스티벌과 연계한 '길 퍼레이드'와 화려한 불꽃쇼가 펼쳐진다.참여와 체험행사로는 가장 많은 2333명이 참여하는 '지평선을 밝히는 벽골제 횃불퍼레이드', '지평선 1박 2일', '뒤뚱뒤뚱 아기동물 레이스', '지평선 연 만들어 날리기 대회', '출발 지평선 드림팀! 대형 짚 놀이마당', '이야기가 있는 벼고을 미션 스탬프' 등이 마련됐다.
국내외 이슈 프로그램으로는 농경문화와 스포츠 마케팅을 접목한 '전국 제기차기 경연대회 한국기네스도전', '전국 줄다리기 및 외국인 초청대회', '전국 여성장사 씨름대회' 등 전국단위의 스포츠 행사가 이어진다.
▶화려한 가을밤, 야간에도 즐겁다
우리의 부족한 관광 콘텐츠로 꼽히는 야간문화 부재도 극복했다. 야간 놀이마당을 따로 마련 한 것. 사랑을 밝히는 지평선 등불, 풍등 날리기, 불 깡통 놀이 등 가족과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야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아울러 '지평선 판타지 쇼'에서는 벽골제방과 황금들녘을 배경으로 웅장한 음악과 함께 색색의 레이저, 조명, 불꽃이 한데 어우러져 화려한 가을밤을 수놓는다. 이밖에도 영남과 호남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영호남 화합 4대 농요한마당' 등이 펼쳐진다.
김추식 김제시 문화홍보축제실장은 "올가을 대한민국 대표축제를 넘어 이제는 글로벌 축제로 도약한 '지평선 축제'를 찾아 흡족한 가을 잔치마당, 신나는 가족 여행을 즐기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축제문의= festival.gimje.go.kr / 063-540-3031
◆황금 지평선으로 떠나는 가을 소풍
호남평야의 중심, 전북 김제는 북쪽의 만경강과 남서쪽의 동진강이 서해바다에서 만나는 동안 뾰족한 원뿔 모양을 그리며 만들어낸 곳이다. 그 툭 튀어나온 땅 전체가 광활한 들녘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다는 곳이다. 반도의 북쪽을 차지한 진봉면의 경우 논 면적(2130㏊)이 여의도(848㏊)의 1.6배에 이른다. 아래쪽 광활면의 것(604㏊)까지 합치면, 그 면적은 여의도 2배를 훌쩍 넘는다. 따라서 추석이 지나고 벼가 고개를 숙일 즈음 황금물결로 출렁이는 김제 들판을 찾으면 그야말로 가슴 툭 트이는 후련한 가을여정을 만끽할 수가 있다.
가을철 김제의 또 다른 명물은 코스모스길이다. 황금 들녘을 가로지르고 우회하는 길목마다 심어둔 알록달록 코스모스길이 무려 400리에 이른다. 황금 들녘을 가로지르는 코스모스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가을 느낌을 듬뿍 받을 수 있다.
▶마음을 다독여 주는 명소
◇문화유산의 보고 '금산사'=김제 사람들의 안식처로 통하는 백제 고찰 금산사의 가을 풍광도 수려하다. 금산면 모악산 기슭에 자리한 금산사는 봄철 아름드리 고목에서 피어나는 하얀 벚꽃 못지않게 가을철 곱게 물든 벚나무 단풍 또한 볼만하다. 가을 색이 내려앉은 호젓한 경내를 포행 하는 것만으로도 평정심과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서기 599년(백제 법왕 1년)에 세워진 대찰 금산사는 빛나는 문화유산의 보고이기도 하다. 국보 62호 미륵전을 필두로, 대장전(보물 827)·석련대(보물 23)· 혜덕왕사진응탑비(보물 24)· 5층 석탑(보물 25)· 방등계단(보물 26)· 6각다층석탑(보물 27)· 당간지주(보물 28)· 석등(보물 828) 등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온가족이 문화역사기행지로 삼을 법하다.
사찰을 나와 전주로 향하는 '청도리길'은 벚나무 단풍 가로수길이 펼쳐져 멋진 드라이브코스가 된다.
◇소박한 절집, 서해 낙조 포인트 '망해사'=김제는 평야지대 답게 산이 귀하다. 모악산을 뺀 나머지 산자락은 차라리 구릉에 가깝다. 만경평야가 서해와 만나는 진봉면 심포항 인근에는 야트막한 산봉우리가 하나 있다. 해발 72m의 진봉산이다. 이곳에 서해 최고의 낙조 포인트라는 망해사(望海寺)가 자리하고 있다. 절집의 외양은 비록 수수하지만 내력은 깊다. 642년 백제 의자왕 때 세웠으니 1400년의 역사를 지닌 사찰이다.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솔숲 속에 아담한 가람이 들어 앉아 있는데, 전형적인 임해사찰로 선방은 물론 종각, 절집 마당 코앞이 바로 바다다. 그래서 '바다를 바라다본다(망해사· 望海寺).'는 뜻의 이름도 얻었다. 망해사는 이제 새만금사업으로 담수호를 바라다보게 되었다. 그래도 절 마당에서 바라보는 낙조만큼은 일품이다.
절 뒤편 산꼭대기의 전망대에 오르면 남으로 동진강, 북으로 만경강이 토사를 밀고 내려와 펼쳐놓은 심포갯벌과 심포항, 새만금 방조제, 진봉 들녘 등 주변 경관이 한 눈에 펼쳐진다.
◇학성강당=김제시 성덕면 대석리에 자리한 학성강당은 온고이지신의 산실이다. 옛 서원의 모습이 오늘에 재현된 곳으로, 학당스테이를 통해 사서삼경, 천자문 등 한학을 배우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의관을 정제한 스승 아래 숙식을 하며 가르침을 받는다. 이곳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전통 강좌, 선비체험도 실시한다.
◇천주교수류성당= 수수한 외양과는 달리 수류천주교회는 내력 있는 성지다. 1890년대 호남의 3개 성당 중 하나로, 동양권에서 가장 많은 신부를 배출한 곳이다. 주민의 90%가 신도인 교우촌을 이루고 있으며, 이민용 감독의 영화 '보리울의 여름' 촬영배경으로도 알려진 곳이다.
◇금산교회=보기 드문 외양의 교회다. 한국교회 초기형태인 'ㄱ'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예배당이 남녀유별을 지키기 위한 공간으로 건축돼 있다. 금산사 입구에 자리한 금산교회는 1905년에 세워져 1908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김제의 풍성한 가을 미식거리
풍요의 땅 김제는 별미거리도 많다, 우선 보리먹인 '한우'가 유명하다. 그냥 일반 한우와 달리 김제 평야에서 생산한 청보리를 먹여 부드러운 육질이 자랑이다. 김제 시내에 청보리 한우를 파는 식당이 있다. 너른 들녘에 유독 저수지가 많은 김제는 민물고기요리도 맛나다. 그중 가을철에 맛보는 새우탕은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고소한 시래기, 갓 지은 하얀 쌀밥이 어우러져 맛난 별미가 된다. 금산사 인근 금평 저수지 아래에 맛집이 있다. 김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미가 또 있다. '백합'이다. 비록 새만금 방조제 건설로 예전만 못하지만 심포항 포구 횟집에서 쫄깃하고 시원한 백합요리를 만날 수 있다.
◆여행메모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서김제 IC~김제 시내~부량면~신용리(201-1. 김제지평선축제장)
<인터뷰=이건식 김제 시장>
-김제 지평선축제(올해 15회)가 지난 연말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돼, 국내 축제로서는 최고봉에 올랐는데요.
▶말씀처럼 국내 축제로서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지평선축제는 2011년까지 8년 연속 최우수축제로 선정됐고, 지난해에 드디어 대표축제에 올랐습니다. 대표축제가 되고나니 대접부터가 달라졌습니다. 우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세계 각국에 지평선축제를 홍보해주는가 하면 3년 동안 매년 6억 원씩 지원해주는 등 정부의 적극 도움을 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3년이라는 한시적 지원이기에 아쉽기도 합니다.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의 도약을 위해 정신 바짝 차리고 있습니다.
-지평선 축제의 성공 비결은 무엇입니까?
▶시민들의 적극 동참이 가장 주효했다고 봅니다. 김제 시민들의 진정어린 동참 열기가 축제 콘텐츠는 물론 친절을 비롯한 관광수용태세 등 '소비자의 만족'으로 이어진 경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에게 감사드리고, 우리 시민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국내 대표축제를 넘어 세계축제도시로도 선정되는 쾌거를 일궈낸 명품 시민들이거든요.
아울러 우리 주민들이 살아온 삶의 내력과 모습을 고스란히 축제 콘텐츠에 반영해 김제시의 매력을 진솔하게 전달했다고 봅니다. 관광객들에게 향수와 추억을 안겨주는 테마를 비롯해, 농경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70여 종류의 체험프로그램 하나하나가 다 그렇습니다. 우리 김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즐길만한 프로그램, 관광 상품으로 이어진 경우죠.
-지평선축제, 향후 어떤 변신을 꿈꾸고 있습니까?
▶이제는 지평선축제가 형식을 달리해 외연을 확장시켜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콘텐츠의 보완을 통한 글로벌축제, 박람회로 거듭나야 할 때이거든요. 이제는 단순 잔치마당을 넘어 농업박람회가 결합된 국제산업이벤트, 전통문화와 마이스산업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창출 이벤트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그간 3~4년 동안 미국의 유명 농업박람회 지역들과 상호방문을 추진해 윈윈 관계도 맺어 뒀습니다. 아울러 세계축제협회를 통해 지평선축제를 세계 속에 알리는 한편, 관계자들을 김제로 초청해 우리의 모습을 전했습니다. 일련의 해외 전문가 초청 토론, 세미나 등을 벌이며 발전방향도 모색해왔고요. 이 모두가 지평선축제의 세계화를 위한 준비입니다.
-세계 유수의 축제의 경우 매머드급 전문축제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도 글로벌축제-페어로 거듭나기 위해 기존 23만 1000㎡(7만 평)의 축제장을 56만 1000㎡(17만 평)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하천 범람으로 인한 상습침수지역을 개선해 축제장 확대부지로 활용하자는 계획입니다. 해묵은 민원도 해결하고 세계적 전문축제장도 갖추는 1석2조의 플랜입니다.
-대표축제 등극 이후 처음 맞는 올해 축제, 어떻게 운영됩니까?
▶많은 공을 들여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중 대대적인 전야제 행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333명의 김제 시민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횃불 퍼레이드는 한국 기네스기록을 갱신하게 될 것입니다. 퍼레이드에는 말(馬) 8필, 고적대 등이 가세해 그 길이만도 300m에 이르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마침 올 7월에는 우리 시에 국립청소년 센터가 문을 열어 440명이 숙식 할 수 있는 기반도 갖췄습니다. 이를 통해 체류형 축제관광지로 선을 보이게 된다는 점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또 축제기간 작가 조정래의 '아리랑문학관'에서는 이틀 동안 '아리랑축제'도 펼쳐 일제수탈의 역사를 돌아보는 기회도 갖습니다.
-새만금 사업 잘 추진되고 있습니까?
▶각종 농업관련 사업을 유치, 계발하고 있습니다. 150만㎡의 종자생명연구단지(700억 원 소요), 180만㎡ 규모의 세계적 수목원(5000~6000억 원 소요), 1500만㎡의 농업용지 5공구 사업(1456억 원 소요) 등 다양한 테마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새만금사업을 진행하는 시군 중 가장 빠르게 실질적인 추진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김제시의 미래 희망인 새만금을 청사진대로 잘 진행시켜 김제가 첨단 농업의 거점으로 거듭나게 될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요즘 김제시가 가장 공들여 추진하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김제시의 미래 발전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절실한 분야가 있습니다. 우선 전국 유일의 육종연구단지를 유치했습니다. 김제가 종자산업의 메카로 거듭나며, 대한민국 종자산업의 르네상스기를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아울러 만경강 하류 화포지역 990만㎡(300만 평) 삼각주에 국제공항을 유치하려 합니다. 새만금 개발의 조속한 현실화를 위해서는 국제공항이 우선이거든요. 외국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최대한 빨리 갖추고자 합니다.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