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주포 데얀이 사라졌다.
지난달 23일 부산전(1대0 승) 이후 자취를 감췄다. 서울에 둥지를 튼 후 처음으로 찾아온 큰 부상이었다. 종아리 근육이 부분 파열됐다. 흔들렸다. 서울은 지난달 30일 울산(0대2 패), 3일 포항(0대1 패) 원정에서 2연패를 당했다. 순위는 9위로 곤두박질쳤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었다.
탈출구를 찾았다. '수트라이커'가 해법이었다. 열쇠는 중앙수비수 김진규였다. 또 골망을 흔들었다. 김진규는 16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강원과의 원정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3연승, 3경기 연속 결승골이다. 수비수로선 쉽게 보긴 힘든 골 퍼레이드다. '서울 극장', 극적인 드라마의 주연으로 우뚝섰다. 7일 성남전(3대0 승)에서 전반 20분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터트린 그는 13일 전남전(2대1 승)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헤딩슛으로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강원전도 그의 머리에서 희비가 결정됐다. 후반 13분 몰리나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 결승골을 터트렸다.
3골 모두 세트피스였다. 김진규도 놀랐다. 쑥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미소는 숨기지 못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5경기 연속골을 넣은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너무 기쁘고 운이 좋았다"며 "세트피스에 대해 감독님의 지시가 많았다. 1, 2골이 들어가다보니 자신감이 붙었다"며 웃었다. '수트라이커'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데얀이 없어도 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떤 후 "기분은 좋다. 하지만 난 수비수라 골을 넣는 것보다 안 먹는 것이 더 좋다"고 선을 지켰다.
고비마다 터진 수비수의 골에 최용수 감독도 반색했다. 그는 "데얀이 없는 가운데 수비수들이 세트피스 기회에서 집중력을 발휘해서 승점을 따와 고무적이다. 우리 수비수들은 공격 본능이 강한 친구들이다. 세트피스가 유일한 득점 기회인데 최대한 장점을 잘 살렸다"며 미소를 지었다.
세트피스 골에 빛을 발휘한 또 한 명의 주연이 있다. 몰리나다. 그는 이날 김진규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올시즌 10호 도움을 기록했다. 전무후무한 기록의 사나이로 등극했다. 2011년(12도움), 2012년(19도움)에 이어 K-리그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두 자릿 수 도움을 올리는 금자탑을 쌓았다.
강원을 제압한 서울은 승점 29점(8승5무6패)을 기록, 7위에서 6위로 한계단 또 올라섰다. 디펜딩챔피언의 위력이 완전히 되살아났다. 최 감독은 "전반기에 밑의 공기를 맡으면서 우리 구성원이 바닥을 다진 계기가 됐다. 최근 무실점 경기로 수비력이 안정을 찾았다. 현재 순위가 몇 위든 우리 선수들은 반드시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 잡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주포 데얀은 동아시안컵 휴식기가 끝난 후 열리는 20라운드부터 엔트리에 재승선할 계획이다. 강릉=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