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건강한 사람과는 달리 피부질환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직장인 이석원씨(40)는 평소 모발을 바짝 깎은 일명 스킨헤드 스타일로 출근한다. 평소 과한 짧은 머리와 긴 수염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보였던 그는 알고 보니 20대 후반부터 나타난 지루피부염 증세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면도 후 더욱 심해지는 피부 트러블 때문에 차라리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는 그는 2년 전 난치성 피부질환이라는 진단을 받고서 상심이 커졌다.
지루피부염은 습진의 일종으로 주로 피지샘이 많이 분포한 부위에 생기는 만성염증성질환이다. 성인에서는 남성에게 더 흔하게 발생하며, 두피와 얼굴, 귀, 몸통 등에 홍반과 각질로 흔히 나타나고, 특히 두피와 귀에서는 가려움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루, 미생물과의 연관성, 신경전달물질 이상 등이 관련 있을 것으로 학계에서는 본다.
지난달 모임에 참석한 이씨는 난치성질환이라는 말만 듣고 치료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 과도한 업무와 잦은 회식으로 외적 스트레스를 받아온 그는 지루피부염 증상이 한층 악화됐다.
2주 전 두피 가려움증이 심해져 인근 피부과를 방문해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아 얼굴에 바르고 증상이 많이 호전됐다. 또한, 두피에 국소 스테로이드제 사용과 항진균제가 포함된 비듬 샴푸를 일주일에 2~3차례 정도 사용한 뒤에 비듬과 가려움증이 상당히 감소됐다.
이후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지루피부염 때문에 머리를 짧게 깎는다는 설명을 했다.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된 그는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고 한다. 좀 더 일찍 치료를 받지 못한 것을 이내 아쉬워했다.
일시적으로 지루피부염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가 다시 재발한다. 비듬이 생기고 두피에 붉은 발진 때문에 가려운 증상이 있다면, 지루피부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증상이 심할 때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그러나 얼굴 부위에 장기적으로 강력한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하는 것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피부과 박경훈 교수는 "지루피부염은 만성질환으로 치료의 목적이 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조절하는데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며 "얼굴에 유분이 많은 연고나 화장품의 사용을 삼가고 비누 사용을 피하며, 알코올이 함유된 제제나 헤어토닉 등은 염증을 악화시키므로, 두피용품과 면도용품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경훈 교수는 "지루피부염은 증상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증상이 악화될 때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병의 완치를 기대하기보다는 규칙적인 생활과 일상에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증상 악화 시 피부과에 내원하여 국소 스테로이드제와 같은 약제를 처방받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지루피부염 두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