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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 잘못했다. 하지만 방송사의 감정적 대응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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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투수 임찬규와 KBS N 스포츠 정인영 아나운서 사이에 있었던 물벼락 사건.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인터뷰 중인 아나운서를 향해 물을 뿌린 임찬규에게 비난의 화살이 모아지고 있다. 자신의 일에 열심인 죄 없는 아나운서가 물세례를 맞고, 업무와 개인적 신상에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임찬규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지나친 선수 죽이기가 아니냐는 걱정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왜 그런 세리머니가 나왔을까

26일 LG와 SK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0-0으로 맞서던 9회말 터진 정의윤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LG가 1대0 승리를 거뒀다. 당연히 이날 경기 후 방송 인터뷰의 주인공은 정의윤이었다. 정 아나운서와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이 때 임찬규가 큰 통에 물을 한가득 담아와 인터뷰 중인 정의윤을 향해 뿌렸다. 보통 물 세리머니는 선수 머리 위에서 아래로 뿌린다. 인터뷰 중인 아나운서쪽에 많은 양의 물이 튀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임찬규가 옆으로 물을 뿌려 축하를 받을 당사자인 정의윤보다 정 아나운서가 더 많은 물을 맞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 아나운서는 순간 당황한 듯 보였지만 끝까지 인터뷰를 진행하는 프로정신을 발휘했다. 그리고, 많은 팬들은 임찬규를 향해 "지나친 행동이었다"며 비난했다.

LG는 27일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당사자인 임찬규와 주장 이병규, 그리고 구단 차원에서 정 아나운서와 해당 방송사에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유사 사건 재발 방지을 약속했다.

여기서 궁금한 건 왜 임찬규가 이와 같은 무리한 세리머니를 펼쳤냐는 것. 각 구단 선수들은 시즌 첫 인터뷰를 하는 선수나, 기록 달성을 하는 등 특별한 날을 맞은 선수가 인터뷰를 할 때 세리머니를 한다. 케이크를 얼굴에 묻히거나 면도용 쉐이빙 크림을 바른다. 물을 뿌리는 경우도 있었다. 불과 1주일 전, 류제국이 한국무대 첫 승을 달성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류제국은 주장 이병규로부터 물세례를 받았다.

사실, 임찬규는 처음 물통을 들고나왔다가 이를 제지하는 현장스태프의 사인을 보고 다시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고참 선수들이 막내 임찬규를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올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악의적인 의도는 애초에 없었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정의윤이 최근 살아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시즌 첫 인터뷰를 하는 만큼 동료와 팀 사기 진작 차원에서 굳이 세리머니를 피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 아쉬운건 임찬규가 욕심을 부려 지나치게 재미있는 장면을 만드려 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안된다. 프로야구의 한 문화로 이미 자리잡은지 오래다. 다만, 인터뷰 진행 자체를 크게 방해하면 안된다는 것이 문제다. 각자의 업무 영역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그 점에 있어서는 분명 임찬규의 잘못이 맞다. 또, 지난해 같은 아나운서를 대상으로 똑같은 장면을 연출한 이후 또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는 사실 자체가 도마에 올랐다.

▶선수 인격 모독은 아쉬움

정 아나운서의 직접적인 대응은 없었다. 하지만 해당 방송사에서는 크게 불쾌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KBS N 스포츠의 한 관계자는 "다른걸 떠나 감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지난해 유사사건 이후 LG 구단에 분명히 재발 방지를 부탁했다. 안전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방송사 측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아쉬웠던 건 해당 방송사 관계자들의 감정적인 대응이다. 한 PD가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자신의 SNS를 통해 올린 글이 파문을 일으켰다. 글의 내용은 '야구선수들 인성교육은 진짜 필요하다', '축하는 당신들끼리 하던지. 너네 야구하는데 누가 방해하면 기분 좋아?'였다. 자신들의 업무 영역을 침범한데 대한 불쾌함을 표시했다면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 하나로 야구선수들 전체의 인격을 모독하는 내용의 글을 공개적으로 올렸다는데는 아쉬움이 남는다. 곧바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정 아나운서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지나친 인신 공격 및 인격 모독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해당 PD는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순간 감정이 격해져 지나친 표현을 썼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한다. 전체 선수들을 매도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스포츠 편성 제작팀장은 한술 더 떴다. 이 팀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소속 아나운서와 선수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더 이상 경기 후 LG 선수 인터뷰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인터뷰 보이콧을 선언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인터뷰를 하고, 하지 않고는 방송사 마음이다. 하지만 '승리해야만 하는 인터뷰이기에 더욱 볼 기회가 적었던 LG팬들께는 죄송하지만, 그나마도 KBS N 스포츠에서는 LG 선수 인터뷰를 볼 수 없을 것'이라며 구단을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의 메시지를 남겼다. 아무리 자신의 개인 의견을 표현하는 SNS상이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소통의 창구인 만큼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발언을 할 필요가 있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