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선은 2011년을 바라보고 있다. 부활의 전주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
KIA 이범호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 주말 LG와의 3연전에서 매경기 안타를 터뜨리고, 17일 경기선 모처럼 홈런도 쏘아올리며 손맛을 봤다. 하지만 어딘가 계속 만족스럽지 못했다. 홈런을 때려낸 뒤에도 "아직 멀었다"라고 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비로소 웃었다. 21일 광주 한화전에서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이번엔 반응도 달랐다. 경기 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슬슬 만족스런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좋지 않았던 타격 흐름이 이제 일정 궤도에 오른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히팅포인트의 변화다. 너무 뒤에 있던 히팅포인트를 앞으로 가져왔다. 다양한 공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팔로스윙이 제대로 되면서 타구에 힘까지 붙었다.
김용달 타격코치의 조언에 따라 톱핸드(타격 시 배트를 잡을 때 위에 올라오는 손, 이범호는 오른손) 대신 바텀핸드(왼손)를 많이 쓰는 식으로 변화를 줬다. 왼손이 배트를 이끌어내면서 히팅포인트가 자연히 앞으로 왔다. 배트가 나오는 것, 그리고 스윙이 모두 부드러워졌다.
사실 이범호 정도의 타자가 타격코치의 말에 따라 곧바로 타격폼에 수정을 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본인이 해오던, 가장 좋았을 때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범호는 "사실 난 오른손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런데 지금은 좀 과한 것 같다"며 "타격 시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 코치님이 밖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왼손을 많이 쓰면서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 그러면서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타격코치와의 궁합은 최고다. 부활을 위한 준비는 끝난 상태다. 이범호가 기억하는 가장 좋았을 때는 언제일까.
그는 2011년을 말했다. 일본에서 돌아와 KIA에 입단한 해다. 그해 이범호는 101경기서 타율 3할2리 17홈런 7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2004년(3할8리)에 이어 데뷔 후 두번째 3할 타율이었다. KIA에 L-C-K(이범호 최희섭 김상현)포란 말을 만들어낸 주인공이었다.
이범호의 가세는 KIA 타선에 화룡점정과도 같았다. 하지만 햄스트링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지난해 42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범호는 부상으로 고생한 2년을 떠올리며 "아파서 2년 가까이 제대로 기여를 못 했다. 그래서 잘 하고자 하는 의욕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생각대로 되지 않아 더욱 답답했다. 올시즌 초반에도 그랬다. 하지만 이젠 그런 부담감도 떨쳐내고 있다. 이범호는 "안 아프고 운동장에 있는 게 밥값이라 생각한다"며 웃었다.
좋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2011년의 '감'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처음 KIA와서 잘 맞았을 때, 그때의 느낌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아직 완벽한 밸런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느낌이 돌아올 때까진 타석에서 좀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 느낌을 알기에 빨리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야구라는 게 역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범호의 강점은 순간적인 배트 컨트롤이다. 상황에 따라 당겨쳤다 밀어쳤다 하는 '스프레이 히터'다. 손목을 쓰는 게 탁월하다. 좌중간, 우중간으로 절묘하게 떨어지는 안타. 이제 이범호의 주특기를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