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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로 떠나는 맛나고 시원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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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아직 5월 하순임에도 한낮에는 시원한 바다가 그리워질 정도다. 하지만 본격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즈음 경남 남해를 찾으면 청량음료처럼 짜릿한 여정을 즐길 수가 있다. 요트-카약 등 근사하고 신나는 해양레포츠에 제철을 맞은 싱싱한 멸치회와 멸치쌈밥까지 맛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거기에 남해는 빼어난 경관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까지 갖추고 있으니 발품이 아깝지 않을 초여름 기행을 꾸릴 수 있다. 남해=글·사진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신나는 해양레포츠

남해군의 다양한 관광 테마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해양레포츠다. 요트와 씨카약(SeaKayak) 등 우아하고도 다이내믹한 해양레저의 문턱이 높지 않아, 주요 관광테마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근사한 요트체험

하얀 돛을 펴고 푸른 물살을 가르는 요트 체험은 생각만으로도 근사하다. 남해군을 찾으면 누구나 지닐 법한 요트에 대한 로망을 쉽게 해소할 수가 있다. 남해군 삼동면 물건항에 자리한 남해군 요트학교는 멀게만 느껴지는 요트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요트 체험은 크게 크루저, 딩기 두 가지로 나뉜다. 가슴 툭 트이는 요트의 낭만을 살짝 맛보려거든 굳이 슈트를 착용하지 않고 크루즈 선에 오르면 된다. 물건방조어부림 요트계류장은 다양한 요트가 그림처럼 정박해 있는데, 마치 유럽의 작은 포구를 찾은 듯 한 느낌마저 든다. 계류장을 빠져 나온 요트가 방파제 쪽으로 향할수록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푸른 하늘 아래 신록이 물들어 가는 물건방조어부림과 그 뒤 산자락에 동화마을 처럼 얹혀진 독일 마을이 멋진 남해군의 해변 풍치를 담아낸다. 하얗고 빨간 등대를 뒤로 하고 남해의 푸른 물살을 가르자면 수우도가 눈앞에 펼쳐지고, 5월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인근 해역을 한 시간 남짓 돌고 나면 온몸이 다 개운해진다. 1시간 요트체험, 수우도 세일링 2시간, 사량도 세일링 5시간, 욕지도 세일링 7시간. 각 시간당 10만원, 10인 기준(12인승 요트)

본격적으로 요트를 배워보려거든 '딩기요트'(Dinghy Yacht) 교육을 받으면 된다. 스윔슈트와 구명조끼, 슈즈 등을 갖춰 입은 후 기본적인 테이킹 동작을 배운다. 바람을 거스르며 전진할 수 있는 기술인데, 요트의 양쪽에 번갈아 앉으며 돛의 방향을 바꾸면 된다. 그러자면 요트는 자연스럽게 지그재그, 앞으로 나아간다. 두 시간 정도 배우면 초보자들도 살짝 익숙해진다. 이 단계를 지나면 어느 정도 물살을 가를 수 있다. 3시간 체험(1시간 교육, 실제 체험 2시간) 3만원(1인). 1박2일 프로그램 13만2000원(1인). 남해군 요트학교(055-867-2977)



▶흥미 만점 '카약'

남해의 또 다른 인기 해양레포츠로는 카약을 꼽을 수 있다. 남해 사촌해수욕장에서는 바다 카약을 즐길 수 있다. 카약은 노를 한 쪽 방향으로만 저을 수 있는 카누에 비해 양방향 패들을 사용해 균형을 잡기 편한데다 배의 길이도 길고 폭이 좁아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카약은 요트보다 더 배우기 쉽다. 30분~1시간 정도의 교육을 받으면 아이들도 쉽게 즐기게 된다.

카약은 파도를 넘는 재미가 쏠쏠한데, 복원성이 좋아 좀처럼 배가 뒤집어지지 않는다. 또 구명조끼를 입고 탑승하는 데다 인명구조선도 함께 동행해 안전한 카야킹을 즐길 수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노를 저으며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스트레스도 말끔히 사라진다. 사촌해수욕장 남해카약체험센터(www.kayak.kr )에서는 체험용 씨카약(SeaKayak)으로 레크리에이션 카약(Sit on형)이 아닌 'Sit in'형의 씨투어카약(Sea tour Kayak)을 체험할 수 있다. 1시간 30분 체험에 2만 원선. 6월부터는 '남해카약투어' 카페동호인들과 매주말 1박2일 주상절리 해안절경을 감상하고 해식동굴 탐험에 무인도에서의 1박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인근 어촌체험거리로는 갓후리그물끌기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



◆맛있는 미식기행

▶남해의 밥도둑 '멸치쌈밥'

이즈음 남해의 대표 '밥도둑'은 단연 멸치요리다. 멸치회, 멸치찌개, 멸치구이 등 싱싱한 생멸치를 무치고, 지지고, 구워 내는 게 일미이다. 그중에서도 멸치쌈밥은 껄끄러웠던 입맛을 일순 되돌려 놓을 수 있을 푸짐한 별미거리이다. 멸치쌈밥은 매콤하게 지져낸 멸치찌개와 상추쌈의 어우러짐이 먹음직하다. 야들야들한 상추에 흰쌀밥과 부드러운 멸치살, 그리고 마늘과 막장이 만나니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맛의 조합이 이뤄진다.

멸치쌈밥의 핵심은 얼큰한 멸치찌개에 있다. 무 등을 넣고 우려낸 시원한 육수에 시래기 등을 깔고 고추 가루와 된장을 풀어 한소끔 끓이다가 어른 손가락만 한 생멸치를 손질해 넣고 여기에 대파 양파 풋마늘 고추 등을 넣어 자글자글 끓이면 맛깔스러운 멸치찌개가 된다. 찌개 속의 멸치를 건져 쌈을 싸먹고, 얼큰한 국물과 시래기는 밥반찬으로 그만이다.

남해 토박이들은 멸치쌈밥집으로 미조항 '삼현식당'을 선뜻 추천한다. 이즈음 본격 멸치 시즌이 시작되며 싱싱한 생물을 맛볼 수 있다. 주인 박미자씨(59)는 왕년 화장품 방판 경험을 큰 자산으로 내세운다. 남해사람들의 집 밥맛은 거의 다 봤을 정도여서 토박이 음식 재현에 자신을 얻게 됐다는 것. 여기에 오랜 요식업 경험이 어우러지니 토박이 맛집 반열에 오를 법하다. 큼직한 바지락을 넣어 끓여낸 시원한 바지락탕은 매콤한 멸치회와 쌈밥으로 얼얼해진 입안을 달랠 수 있어 더 좋다. 멸치회 3만~5만원, 멸치쌈밥조림 3만~4만원. (055)867-6498



▶남해요트학교옆 피자집 '마린'

물건항 남해요트학교 옆에는 세련된 느낌의 카페가 있다. 이곳에서는 커피와 피자, 수제햄버거, 주스 등을 맛볼 수 있는데, 어촌마을에 나타난 '커피-피자하우스'로 고정관념을 깬 경우다. 흔히 우리의 어촌 포구에는 횟집 일색인데, 운치 있는 분위기에 유럽의 카페에서나 맛볼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니 발상부터가 신선하다. 뉴질랜드 이민자 출신의 셰프 박영하(40), 바리스타 한경미(36)씨 부부가 부모의 고향으로 돌아와 '남해군 명품 레스토랑'이라는 멋진 꿈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이들 부부가 내놓는 아몬드 갈릭피자(1만1000원)는 남해군의 특산물 흑마늘을 사용하고 있고, 키위주스도 남해 산이다. 맛도 합격점. 커피 4000원, 수제버거 9000원. (070)4408-9989



◆그 밖의 둘러볼 곳

▶해안 드라이브

남해군은 빼어난 해안 드라이브 코스를 갖추고 있다. 특히 두 개의 국도와 하나의 지방도가 바닷가를 따라가며 '8'자형을 이뤄 도중에 끊기거나 겹치지 않는 순환도로로 섬 전체를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연강만 서쪽, 남면의 동남해안을 도는 두곡~홍현~가천 다랭이마을~선구리 코스와 삼동면 지족~동남쪽 해안 따라 물건리~대지포~항도~초전~미조항에 이르는 해안 드라이브코스가 아름답다.

지족에서는 전통어로 시설 '죽방렴'을 만날 수 있다. 남해군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나무 그물인 죽방렴을 이용한 어업이 남아 있다. 죽방렴은 부채꼴 모양으로 나무말뚝을 쳐놓아 고기들이 한번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한 일종의 '나무 그물'이다.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는 비늘이 상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멸치보다 비싼 값을 받는다. 현재 20여 개가 남아 있으며 초양대교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미조항에서 삼동면 물건리 까지는 시종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끼고 달리는 '물미 해안도로'가 14㎞가량 이어진다. 굽이치고 오르내리는 길 자체도 아름답지만 항도, 노구, 대지포 , 물건 등 아기자기한 갯마을 풍광도 멋스럽다. 특히 드라마 '환상의 커플' 촬영 배경지인 항도 포구가 내려다보이는 부근은 포토 포인트로 제격이다.

▶보리암

남해의 대표 여행지로는 금산 보리암을 꼽을 만하다.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기도도량으로 알려진 곳이다. 암봉으로 이뤄진 금산의 9부 능선에 위치해 있는데, 보리암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시원스런 경치가 가히 절경이다. 금산의 원래 이름은 보광산이었다. 헌데 이성계가 이 산에 와서 기도를 한 뒤 왕위에 오르자,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산 이름을 '금산(錦山)'으로 바꿨다는 전설이 따른다.

▶다랭이마을

남해의 남면 가장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다랭이마을은 108계단의 다랭이 논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산비탈을 따라 680여 개의 논배미들이 이어진다. 경사지에서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깎아 만든 것이 다랭이 논의 유래다. 밭 갈던 소도 한눈을 팔면 가파른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규모가 작다.

▶ 독일마을

물건방조어부림 뒤편 산중턱에는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촬영지였던 독일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독일인을 위한 마을이 아니라 1960년대 광산노동자와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됐던 동포들이 고국에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귀향촌'이다.

교포들이 직접 독일의 자재를 들여와 전통 독일식으로 집을 짓고 꾸몄다. 실제로 교포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관광객을 위한 민박도 운영하고 있다. 남해군은 독일마을의 성공을 발판으로 미국마을도 조성했다.

◆여행메모

▶가는 길=경부-중부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진주 IC~사천 방면 남해고속도로~사천IC~3번국도 따라 삼천포~삼천포-창선대교~창선교(지족 죽방렴) 건너 좌회전~77번 해안도로~미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