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8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일본의 첫 경기 상대는 1라운드 B조 1위 대만이었다.
일본 언론은 큰 국제대회에 앞서 상대팀을 자세히 소개하고, 상대를 어떻게 제압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집중적으로 보도한다. 이번에는 대만의 선발투수 왕첸밍의 투구 스타일과 공략포인트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방송의 경우 야구 전문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지상파의 뉴스 프로그램에도 해설위원이 나와 자세히 설명을 했다. 야구 팬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단순히 응원만 하는 게 아니라 해설자나 감독의 입장에서 대책을 생각하는 것이 일본의 야구문화다.
왕첸밍의 경우 주무기인 싱커가 크게 다뤄졌다. 빠른 구속으로 우타자의 몸쪽에 낮게 떨어지는 왕첸밍의 싱커는 '고속 싱커'로 소개됐고, 1라운드 호주전에서 던진 61개의 볼 중에서 9할이 싱커였다고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왕첸밍은 호주전이 끝난 뒤 공식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투심패스트볼을 던졌고, 강한 타자에게는 싱커를 던졌다"고 말했다. 방송사 취재에 따르면, 왕첸밍의 싱커는 볼의 실밥을 세로 방향으로 집게 손가락과 중지를 놓고 던져 투심과 큰 차이가 없다. 결과적으로 구종이 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공에 어떻게 임하는지가 포인트가 된다.
2009년 WBC 때는 분석의 대상이 김광현(SK)의 '떨어지는 슬라이더'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김광현과 상대했던 일본 타자들은 "본적이 없는 각도의 슬라이더였다"고 했고, "공이 시야로부터 사라진다"며 마구에 대한 감상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해설위원들은 "낮게 떨어지는 공은 포기하고, 가운데 들어오는 볼이나 높은 코스 공만 치면 된다"는 식으로 공략법을 설명했다.
그러면 만약에 이번 WBC에서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했다면 어떤 마구가 소개됐을까. 아마도 윤석민(KIA)의 '고속 슬라이더'가 그 대상에 됐을 것이다.
또 화제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마구'는 노경은(두산)의 투심패스트볼이었다. 1라운드에서 2,3번째 투수로 3경기에 모두 출전한 노경은은 한국이 2라운드에 올라갔다면 더 등판했을 것이다. 그의 투심은 본인에게 들어보니 투심이 아니고 공의 실밥이 없는 부분에 손가락을 놓고 던지는 일명 '노(No)심패스트볼'이다. 미끄러운 공이라는 평가가 있는 WBC 공인구인데, 그런데도 볼끝이 좋은 빠른 직구를 구사했다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삼성의 카도쿠라 켄 투수 인스트럭터는 노경은의 '노(No)심패스트볼'에 대해 "투심과 같이 공을 잡았더라도 포심패스트볼과 차이없이 직구가 되는 투수도 있다.그런 투수의 경우 노심으로 던지는 것도 방법의 하나"라고 했다.
WBC 일본대표팀은 10일 네덜란드전에 이겨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일본에서는 향후 대결이 예상되는 마국이나 중남미 팀에 대한 '마구찾기'가 계속될 것이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