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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서장훈이 붕대를 버릴 수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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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도 안좋은데 아프다고 쉴 수가 없다."

프로농구 부산 KT 전창진 감독은 6일 동부와의 경기가 끝난 뒤 서장훈(38)을 보면서 속으로 웃음을 금치 못했던 사연을 소개했다.

이날 경기에서 방송사 KBS는 서장훈을 특집기사로 다뤘다. 최근 최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붕대투혼'을 선보이는 화제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6일 동부전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이전 3연승을 하는 동안 서장훈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KBS는 경기 시작전 라커룸에서부터 서장훈 전용 카메라를 배치해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담았다.

KT가 동부전에서 1쿼터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와중에도 전 감독이 껄껄 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서장훈의 경직된 플레이 때문이었다.

전 감독는 "천하의 베테랑 서장훈도 카메라를 의식했는지 초보선수처럼 어깨에 힘이 들어가더라. 과거에는 카메라 수십대가 붙어도 개의치 않던 선수인데…"라고 말했다.

몸이 경직됐으니 이전까지 쑥쑥 잘들어가던 미들슛과 외곽슛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예전같으면 감독에게 야단맞을 노릇이다.

하지만 전 감독은 오랜만에 따라붙은 집중조명 카메라 앞에서 딴에는 잘해보려고 너무 신경을 쓰는 서장훈의 자세에서 '간절함'과 '신중함'을 엿봤던 것이다.

그래서 경기 부진에 대한 질책보다 웃음이 먼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요즘 서장훈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 아닌 1초라도 더 뛰고 싶은 풋내기 선수같았다.

그의 새로운 트레이드 마크가 된 '붕대투혼'만 보더라도 그랬다. 요즘 경기에 나서는 서장훈은 목 보호대에 눈 위를 칭칭 감은 붕대까지, 마치 중환자 모드다.

목 보호대야 6년 전부터 착용하는 것이지만 붕대는 지난달 26일 SK전에서 상대 선수와 부딪혀 왼쪽 눈 윗부분이 찢어지는 바람에 50바늘이나 꿰매는 부상을 하는 바람에 추가된 것이다.

지난 5일이 돼서야 실밥을 뽑았지만 왼쪽 쌍꺼풀 바로 위에 벌겋게 흉터가 남은 상태였다. 아직 제살이 돋지 않아서 슬쩍 충격만 가해져도 다시 찢어질 상황이다.

그래서 여전히 붕대를 감을 수밖에 없다. 거추장스럽게 붕대까지 왜 칭칭 감느냐고? 서장훈의 대답은 간단했다. "반창고만 붙이고 싶은데 땀 때문에 자꾸 떨어진다. 반창고 고정용이다."

그의 이 한 마디 말에는 경기에 뛰고 싶은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서장훈의 나이 정도가 됐으면 50바늘이나 꿰매는 중부상을 했으니 몇 경기 쉴 만도 하다.

하지만 서장훈은 부상을 한 순간부터 붕대를 감고 경기를 계속한 이후 지금까지 한 경기도 빠지지 않았다.

서장훈은 "부상했을 당시만 해도 우리팀은 1승밖에 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금도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좀 아프다고 벤치에 앉아 있자니 후배들 보기에 미안해서라도 안되더라"고 말했다.

보통 입단한 지 몇 년 안되는 어린 선수들은 웬만한 부상에도 감히 아프다는 말을 못하고 한 경기라도 더 뛰려고 애를 쓴다. 은퇴를 앞둔 서장훈의 '붕대투혼'이 딱 그랬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