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윤기와 노진규가 끈질기게 안쪽을 파고들었다. 빅토르 안은 완벽하게 인코스를 장악했다. 추월 길을 내주지 않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결승선을 첫번째로 통과했다. 빅토르 안은 맨먼저 통과하면서 1위를 뜻하는 손가락 한개를 높이 치켜 올렸다. 빅토르 안은 지난해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의 황제' 안현수(27·러시아)다.
안현수는 22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4초519를 기록하며 마이클 길데이(캐나다) 곽윤기 노진규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현수는 러시아 귀화 후, 그리고 5시즌 만에 첫 출전한 국제대회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말그대로 황제의 귀환이었다. 안현수는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기량을 과시했다. 출발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안현수는 2바퀴를 돌면서 길데이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반 바퀴 만에 다시 추월에 성공한 뒤 줄곧 선두를 지킨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대회였던 2007~2008시즌 월드컵시리즈 이후 부상과 국적 변경의 공백을 지우고 27세의 적잖은 나이에 다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안현수는 한국 국가대표팀 후배이자 '제2의 안현수'로 불리는 노진규의 등을 두드려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현수는 5000m 계주에서도 최종 주자로 러시아팀을 이끌어 한국(6분44초952)에 이어 은메달(6분45초124)을 획득했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3관왕 안현수는 2009년 1월 대표팀 훈련 도중 펜스에 무릎을 심하게 부딪치면서 왼쪽 무릎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후 4차례나 수술대에 오르며 재기의 칼을 갈았지만 전성기 때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대한빙상연맹과 갈등을 빚었던 안현수는 지난해 러시아로 귀화했다. 5시즌만의 첫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한편, '슈퍼루키' 심석희(15·오륜중)는 처녀 출전한 월드컵 시리즈에서 3관왕에 올랐다. 심석희는 22일 월드컵 대회 여자 1000m 2차 레이스와 3000m 계주 금메달을 휩쓸었다. 전날 여자 1500m에서 1위를 한 심석희는 이번 대회에서만 3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며 기대를 모은 심석희는 첫 시니어 무대에 올라와 치른 이번 대회에도 정상급 기량을 발휘했다.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심석희는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 기대를 부풀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