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기 위해 지나온 길은 마치 비포장 우회도로 같았다.
험난하고 거칠었으며, 곳곳에 구덩이가 있는 긴 굽이길. SK의 입장에서는 롯데와 최종 5차전까지 치른 플레이오프가 딱 이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특히 이만수 감독은 '질 지도 모른다'는 절망을 억누르며 '역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려야 했다.
지난해에는 감독 대행으로서 SK의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해낸 이 감독은 올해는 정식 감독으로 승격해 다시 팀을 이끌고 올 시즌 프로야구 최종 우승의 경쟁 무대에 끌어올렸다. 상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삼성이다.
2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롯데를 상대로 6대3의 역전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를 3승2패로 통과한 이 감독은 "오늘 승리는 선수단의 몫이다. 선수들에게 고맙고 코칭스태프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다"며 가장 먼저 승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날 승리의 결정적 장면으로 2회를 손꼽았다. 이 감독은 "오늘 결정적으로 2회초에 3점 주고 나서 어렵다고 느꼈다. 에이스 김광현이 긴장했는지 제구가 좀 안돼더라. 3점 주고나서 여기서 더 실점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채병용을 올렸는데 그게 승리의 키포인트가 됐다"면서 "두 번째 승리요인은 2회말에 대타 조인성이 1사 2, 3루에서 2타점 올린 것이다. 그 때 점수를 못 뽑았으면 오늘 (이기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플레이오프 승리에 대한 기쁨은 잠시 뿐이다. 이제는 다시 한국시리즈를 준비해야 한다.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하면서 올라왔지만, 선수들이 이번에는 한국시리즈에 대해 새로운 각오를 또 다지고 있을 것이다. 비록 5경기를 했지만, 지금같은 기분으로 한다면 오히려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감독은 전략적 측면에서 "투수 윤희상을 아낄 수 있던 게 정말 다행이고 위안이 된다"면서 "더불어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제외했던 외국인 투수 부시를 한국시리즈에 포함시키겠다"는 깜짝 계획을 밝혔다.
이 감독은 "짧은 하루를 쉬지만 잘 추스려서 잘 대비한다면 한국시리즈가 재밌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며 "감독은 없다. 선수들이 한국시리즈에서 오늘처럼만 해준다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고 선수들에 대한 신뢰와 우승에 대한 의지를 표현했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